“변하지 않는 배우가 될 것.”
영화 ‘아가씨’를 통해 대중들에게 첫인사를 전한 한하나는 지난 2013년 뮤지컬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기를 해온 신예 배우다.
박찬욱 감독의 7년 만의 국내 복귀작 ‘아가씨’에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한하나는 하정우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하녀 ‘준코’ 역을 맡아 남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가운데 마지막으로 ‘아가씨’에 합류하게 됐다.
총 두 번의 오디션 도전으로 결국 ‘준코’ 역을 따낸 한하나는 “첫 오디션 도전에서 떨어지고 한참 뒤에 우연히 하정우 선배 상대역이라고 ‘아가씨’ 오디션 권유가 다시 들어왔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마지막에 ‘박찬욱 감독님이 한번 보자고 하신다’고 연락이 오더라. 이미 촬영은 10회차가 흐른 상태였는데 ‘준코’ 역이 미정이었고, 박찬욱 감독님이 저를 마지막 배역으로 뽑았다. 이렇게 기회가 돌아와서 정말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가씨’를 통해 첫 영화 촬영 현장을 겪은 한하나는 오히려 현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다며 귀여운 일화를 털어놓았다.
“첫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대기실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때는 매니지먼트도 없고 다들 자기 할 거에 바쁘지만 선배님께 다가가야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이게 방해가 될지 정말 모르겠더라. 후배로서 이러한 고민이 많아서 결국 교수님에게 여쭤봤더니 ‘거기서는 프로답게 너 할 거만 잘하고 오면 된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짧은 대사지만 현장에서 계속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하.”
자연스러운 연기로 자신만의 순진한 ‘준코’를 만들어낸 한하나는 사실 영화에서 쉽지 않은 장면에 도전했다. 하지만 상대 배우 하정우와 더불어 현장 스태프들의 따뜻한 배려는 오히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노출신이 쉽지는 않았지만, 현장에도 최소 인원으로 여자 스태프분들만 계셨고 ‘컷’하자마자 바로 담요를 가져오셔서 덮어줬다. 하정우 오빠는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시면서 부담감을 덜어주셨다. 배려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모두들 저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다.”
특히 일본어 대사로 진행된 촬영에 대해 “제가 일본어 선생님과 잘 맞아서 같이 보낸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일본어 대사에 있어 선생님이 일본 발음으로 구체적인 팁을 주면서 ‘준코’스러운 말투를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김)태리와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선배님들은 현장에서 일본어 삼매경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하나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첫 스크린 데뷔를 같이 하게 된 김태리에 대한 부러움과 동시에 ‘숙희’는 그녀를 위한 배역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리 배우, 사실 정말 부러웠기도 했다. 역할을 모르고 태리를 현장에서 만났는데 정말 괜찮은 친구였고, ’숙희’는 이 친구를 위한 캐릭터구나 생각했다. 제 동기랑 친구라서 현장에서도 서로 반말을 쓰기도 했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아, 시사회에서 만났는데 태리가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지 살이 쪽 빠졌더라.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가 다시 태어나도 못할 연기다. 그냥 숙희 그 자체였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질투, 시기 하나도 없이 그녀를 인정했다. 영화 보고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한하나는 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뮤지컬 연기를 시작했다가 이제 영화로 연기의 폭을 넓혔다. 이에 한하나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제가 이번에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이랑 엄청 친해졌다. 스태프들에게 고마웠고, 다음에도 이렇게 스태프들과 지내고 싶다. 그리고 작은 거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고 싶다. 최민식 선배님이 ‘어느 순간 시나리오 받아보면 그 시나리오의 흥행을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여백을 집요하게 잡고 있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눈물이 나더라. 그분 위치에서 이런 말을 하실 수 있다는 게 진짜라고 느껴졌다. 혹여라도, 아니 제가 잊어버리진 않겠지만 그냥 지금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치 않을 다짐을 전하는 한하나에게 ‘아가씨’가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엄청 의미를 부여했는데, 부모님하고 얘기해보고 ‘좋은 시작을 했다’ 정도로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저는 학교 작품을 계속하고 있고, 할 생각이고, 앞으로도 했으면 좋겠다. 근데 ‘아가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내 마음이 퇴색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름들을 지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의미를 안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저 ‘감사한 분들과 함께한 첫 작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주연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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