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문가들의 반성
균형잡힌 가격 결정없이 눈앞의 수주에만 매달려
기술력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해양플랜트 수주
[ 정지은/황정환 기자 ]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막연히 ‘경기가 살아날 거야’ ‘해양플랜트를 만들 수 있을 거야’와 같은 낙관적 전망을 한 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실패한 조선산업이란 지적을 수용해야 한다. 잘못한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바꿔야 한다.”(유병세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
한국 조선해양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자기 반성’을 했다. 21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GECE)에서 열린 ‘한국 조선해양산업 대토론회’에서다. ‘조선(造船)왕국’으로까지 불리던 한국이 ‘수주절벽’ 위기에 처한 것은 2000년대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유병세 전무는 “일본은 선제적으로 조선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해 건조능력을 절반 이하로 축소했지만 한국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며 “2005년을 전후해 호황기가 오면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혜택을 누렸지만, 그 결정은 오늘날의 불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엔 조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이 각각 3개뿐이지만 한국엔 43개 대학에 조선 관련 학과가 있다”며 “이를 그대로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원강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균형 잡힌 가격 결정 없이 당장 눈앞의 수주에만 매달린 게 지금의 위기를 낳았다”며 “미래 상황을 내다보며 유연성 있게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균 전 STX조선해양 고문은 “한국 조선회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자재비를 많이 쓰고, 인도지연금을 많이 낸 결과”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조선회사들이 발주회사보다 기술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고문은 “기술력이 부족하니 우리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자재 구매부터 설계까지 모든 계약이 불공평하게 이뤄졌다”며 “기술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해양플랜트를 일괄수주한 게 독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연구위원은 “과잉설비 현상이 명백한데도 조선업체들은 ‘시황이 좋아질 거야’ ‘유가가 회복될 거야’ 등 낙관적 전망에만 취해 설비를 줄이지 않았다”며 “과거처럼 초호황이 오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설비 규모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은 “이번 기회에 학교 연구 등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황정환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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