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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단체장 따라 바뀌는 도시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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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새 브랜드는 앞으로 단체장이 누가 되든지 우리 도시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대표 브랜드로 키울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도시브랜드 교체 작업을 추진 중인 A광역시의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공식 브랜드를 ‘Hi-Seoul’에서 ‘I·SEOUL·U’로 바꾼 데 이어 울산 대구 인천 등도 도시브랜드 교체에 나섰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7월 ‘Feel Gyeongnam’에서 ‘Bravo Gyeongnam’으로 바꿨다.

브랜드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대부분 2014년 민선 6기 때 단체장이 바뀐 곳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브랜드 교체 이유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허술하게 만들어진 지자체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도시브랜드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세계에 해당 도시를 홍보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미국 뉴욕시의 ‘I♡NY’가 대표적이다. 1975년 등장한 이후 40여년간 뉴욕의 각종 관광상품에 적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도시브랜드가 단명하기 일쑤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1995년 이후 평균 4년 간격으로 신규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 브랜드가 나오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져 전임 단체장 때 쓰인 브랜드는 무조건 없애기도 한다. 수도권의 B시 관계자는 “전임 단체장이 만든 브랜드는 행사나 공문서에 사용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원칙”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달 초 ‘해치’(해태의 원말)를 ‘I·SEOUL·U’와 함께 서울의 대표 브랜드로 다시 육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 속의 동물 해치를 2009년 서울의 상징으로 정한 사람이 전임 오세훈 시장이기 때문이다.

도시브랜드는 자주 바뀔수록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해당 도시의 정체성이 사라질 우려도 있다. 4년마다 바뀌는 도시브랜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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