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국내 A은행의 필리핀 지점장은 얼마 전 현지 중소기업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대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출은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 본점에서 “3년밖에 안 된 기업의 재무제표를 어떻게 믿느냐”며 퇴짜를 놨기 때문이다. 지점장은 “해외 지점의 대출 승인권을 본점이 갖고 있어 현지 영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다수 은행에서는 해외 현지 지점장이 아닌 본점이 해외 기업에 대한 대출 승인권을 쥐고 있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만달러 이상 대출은 예외 없이 본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해외 지점들은 현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서 기회를 놓치기 일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B은행의 인도네시아 지점은 대출심사 서류를 본점에 보내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현지 언어로 작성된 기업 재무제표와 심사보고서를 영어로 재작성한 뒤 다시 한국어로 바꿔 본점에 보내야 해서다. 인도네시아 현지 지점장은 “어렵게 현지 기업의 대출 계약을 따내도 본점 심사부에선 늘 서류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지점에서 대출할 만한 기업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있는데도 본점에서 무조건 부실대출을 우려해 몸을 사리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은행 직원의 해외 근무 기간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다 ?은행은 본점 직원을 해외 지점에 보낼 때 근무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다. 그렇다보니 해외 지점으로 발령받아 현지 사회에 적응할 만하면 국내 복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네트워크 영업이 기본”이라며 “해외 근무를 원하는 직원을 뽑아 5년 이상 장기간 근무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해외 진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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