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통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뗄 방침이라고 한다. 에너지 공기업의 신규 자원개발을 금지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도 최대한 빨리 매각 또는 정리해 민간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 확대로 경영이 악화된 데다 이전 정부 당시 자원개발에 대한 각종 책임 추궁과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창사 이래 최대인 4조5000억원, 광물자원공사는 2조6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원자재 가격이 싸진 지금이야말로 적기”라며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는데 한국 정부만 손을 떼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010년 4조2691억엔에서 2014년에는 11조4006억엔으로 급증했다. 올해 일본 정부의 관련 예산은 633억엔으로 지난해보다 12.7% 늘었다. 중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2014년 71조1000만달러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민간의 자원개발도 크게 위축시킨다는 데 있다. 정부는 올해 민간 해외자원개발기업 대상 융자를 전액 삭감했다. 관련 예산은 958억원으로 전년보다 73%나 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공기업 포함)의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수는 2011년 71개에서 2014년 17개로 급감했다. 투자액도 같은 기간 117억1600만달러에서 67억9300만달러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올해 신규 투자실적은 전무하다고 한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5%가 넘는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입장에서 안정적 해외 원자재 확보는 경제발전은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국가적, 전략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 추궁 등이 두렵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해외자원개발에서 손을 떼고 민간 지원도 거의 끊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자원확보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포괄적인 그림이 필요하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