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으로 이익 나누는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태어나
적절한 보상 시스템 부재 등 한계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경제’를 가르치는 교재를 제작하기로 했다. 시장 경제를 가르치는 교과서도 제대로 없는 마당에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교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정규재뉴스(4월19일)는 이에 대해 사회적 경제 중 협동조합을 예로 들어 그 한계를 지적했다. 정규재 주필은 “협동조합은 생활인의 조그마한 결사체요,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명은 어떤 사람의 창의가 시장에서 충분히 보상되는 자본 논리에 의해 나가는 것인데, 사회주의는 그런 보상 시스템이 고장난 체제이기 때문에 결국 문명이 퇴보했다는 것이다.
정 주필은 “협동조합은 공동이 기여분만큼 보상받는 가족주의 형식으로, 혁신이 이뤄지기 힘들어 제대로 운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은 전체 7759개 가운데 10%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정규재뉴스의 과거 영상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규재뉴스가 2013년 5월22일 방송한 ‘낭만주의적 무지-협동조합 육성론’에서 정 주필은 “협동조합 운동은 낭만주의적 무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동조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해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회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차이점은 ‘의제 자본’과 ‘평등성’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주식회사는 창의적인 대표가 5%의 주식을 갖고 있더라도 95%의 주주 동의를 얻어 100% 창의성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의제 자본은 1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보다 몇 배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원리로 리스크나 이익을 동등하게 나누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평등성의 원리를 강조하다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각자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이 같은 유일한 것이 가족이지만 그런 가족조차도 갈등이 생기는데 협동조합은 당연히 더 그렇다.”
정 주필은 “각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전체 복지로 조직해내는 시스템이 곧 시장경제”라며 “마음 맞는 다섯 명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종업원, 대표 등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주식회사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문제는 2015년 6월에 방송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의 ‘사회적 경제’ 시리즈에서도 깊이 있게 다뤘다.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사회적 경제나 사회주의경제나’ ‘마을공동체를 강요하지 말라’ ‘협동조합, 환상을 버려라’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기업 역시 얼굴은 모르지만 글로벌한 협력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협동조합과 기업 둘 중에 값이 싸고 좋은 물건을 누가 생산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착한 일은 자기 돈을 들여서 자기 노력으로 해야 빛이 난다”고 덧붙였다.
더 깊이 들어가면 협동조합 육성론이야말로 주자학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정 주필은 진단한다. 주자학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박’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자학 정신이 현대 문명의 발전보다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김형진 정규재뉴스 PD starhaw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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