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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비상장' 고집 꺾은 이랜드] M&A로 큰 이랜드, 자금 확보 어려워지자 '상장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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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구

박 회장, 실무진 반대에도 공격적 기업 인수
한·중 패션사업 고전에 회사채 발행도 곤란



[ 이태호/정소람 기자 ]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그룹 지주회사이자 패션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월드 지분 40.5%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44.7%를 제외한 거의 전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박 회장은 27세 때인 1980년 이화여대 앞 6.6㎡ 크기 옷가게로 사업을 시작해 2014년 말 기준 25개 계열사 자산총액 6조6570억원의 그룹으로 키웠다.


◆‘M&A 성공’에 취했나?

이랜드그룹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했다. 2010년 이후에도 24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집어삼켰다. 2010년 동아백화점·마트(2860억원), 2011년 광주 밀리오레·그랜드백화점 강서점(1180억원), 2012년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코치넬리’(550억원) 등을 사들였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쌓은 ‘이랜드 신화’는 그룹 전체가 박 회장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구조를 더욱 강화시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할인점 한국까르푸 인수다. 대다수 임원과 실무진의 반대에도 박 회장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을 밀어붙였다. 대부분 인수비용을 차입으로 조달해 무리한 M&A라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랜드그룹은 2년 만에 결국 회사를 되팔아야 했다.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연결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5조47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11년(약 3조원)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랜드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 탓에 그룹 재무라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했다”고 전했다.

◆수익으로 이자 갚기도 힘겨워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의 연결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4100억원으로 전년의 6500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실제 들어온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7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이자비용은 2100억원에 달했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빚을 줄이기는 커녕 이자비용을 감당하기도 버겁다. 실질적인 빚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도 크게 상승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지난해 8.0배로 2014년 5.1배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여건이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20%를 웃돌던 중국 패션사업의 영업이익률(이자비용·세금 차감 전 기준)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1.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8.1%에 그쳤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백화점 의류 구매를 줄이고 할인점과 온라인 구매로 옮겨간 탓이다.

국내 패션사업도 ʼn?다르지 않았다. 현금 창출원이던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 사업 관련 이익률은 2011~2014년 24%에서 지난해 17.5%로 떨어졌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추진 중인 할인점(킴스클럽) 매각 등으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을 추가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말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10단계 중 9번째인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국내 금융권의 태도는 돌변했다. 우선 회사채 발행이 막혔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올 들어 신규 발행 없이 모두 550억원어치(3건)의 회사채를 만기 상환했다. 현금이 충분하지 못한 기업은 만기 회사채를 새 회사채로 상환(차환)하는 게 일반적인데, 투자자를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연말까지 2160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한다.

이태호/정소람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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