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며칠 전 워싱턴DC의 한 행사장에서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대통령 선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막말을 쏟아내던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로 자연스레 얘기가 흘러갔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지난 1월 이후 무당파와 민주당 지지자 12만명이 공화당으로 입당하거나 당적을 옮겼다는 기사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막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인기가 올라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대답이 의외였다. 의회 쪽 전문가라는 한 연구원은 “트로이의 목마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들이 자진해서 공화당에 입당해 트럼프 경쟁자에게 표를 몰아주려 한다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147명이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에 대해 대대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뜬금없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음모론’이 돌았다. 기업의 의회 로비 담당인 한 미국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가 빅딜(big deal)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바마 대통령이 FBI를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 의혹을 벗겨주는 등 본격적인 트럼프 죽이기 작전에 돌입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혁명군’ 트럼프의 집권을 막기 어려운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 지원을 받아 의회 내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받는 대신 오바마가 내정한 ‘대법관 인준’을 약속했다는 시나리오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워싱턴은 음모론이 횡행한다. 어딜 가나 그럴듯한 얘기들이 넘쳐난다. 대부분 각 캠프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확인 안 된 루머 수준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워싱턴에 루머가 넘치지만 그것이 대세를 바꾸지는 않는다”며 “미국 사회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나 보면 의혹에 불과한 루머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선거 판세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봤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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