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회장 "피처폰 수준 기업문화 업그레이드해야"
대한상의·맥킨지 공동조사
77% 조직건강 세계 하위권
[ 김순신 기자 ] 한국 기업이 상습적인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 지시, 비(非)생산적인 회의 등 후진적 기업문화로 병들고 있다. 이런 기업문화로는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15일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77%가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낮은 조직건강도(OHI)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국내 기업 100곳(대기업 31곳, 중견기업 69곳)의 임직원 4만95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글로벌 기업 1800곳의 기업문화와 비교했다.
직장인들은 가장 후진적인 기업문화로 ‘습관화된 야근’(31점)을 꼽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시간 때우기’식 야근이 생산성을 오히려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직장인의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주 5일 기준)이었다. 주 3일 이상 야근한다는 사람은 전체의 43.1%였다.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에 이어 비효율적인 회의(39점)와 과도한 보고(41점), 일방적 업무 지시(55점)도 후진적인 기업문화로 지적했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맥킨지의 조직건강도 분석기법을 활용해 리더십, 동기부여 등 9개 영역의 37개 세부항목을 평가한 뒤 한국의 기업문화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강혜진 맥킨지 파트너는 “야근 문화의 근본 원인은 비과학적 업무 과정과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라며 “퇴근 전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나 불명확한 업무 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려 야근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불통문화는 조직건강도를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시각차로 나타났다. 임원들은 회사의 조직건강도를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점수(53점)를 줬다.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임원(76점)과 일반직원(53점) 간 점수 차가 컸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 따라잡기를 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 기업의 조직운영 방식은 ‘피처폰’ 수준”이라며 “피처폰으로는 저성장 뉴노멀 시대를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최신 스마트폰’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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