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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124社 중 40여社 개성에서만 생산…"살 길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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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124社 중 40여社 개성에서만 생산…"살 길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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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 도산 위기

"몸만 빠져나와…납품 못해 돈줄 곧 막혀
5천여 협력사 일감 없어 직원들 놀릴 판
정부 대책 미흡…실질적 피해 보상해야"



[ 안재광/이지수/신혜진 인턴 기자 ]
“이대로 가면 진짜 도산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양말을 생산하는 매스트의 김현주 대표는 12일 “당장 살 길이 막막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스트는 생산라인 대부분이 개성공단에 있다. 연매출 약 100억원 가운데 90억원어치 이상을 개성공단 생산품이 차지한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인원을 추방한 지난 11일, 김 대표는 5t 트럭 한 대를 동원해 부랴부랴 물건을 빼왔다. 생산된 양말과 원자재를 모두 가져오려면 50대가 필요했다. 완제품과 원자재 대부분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공장을 임차해 쓰다 3년 전 겨우 자가 공장을 마련했는데 공단 가동이 중단돼 그동안 준비했던 사업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보험 못 들어 피해 보상 막막”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 124곳 중 약 30~40곳이 생산품의 전량 혹은 80~90% 이상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공단 가동 중단과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로 생사기로에 처해 있다.

제품 대부분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유영어패럴의 이우식 대표는 “원부자재 7억원어치를 모두 남겨두고 직원들이 어제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며 “원부자재를 급히 구해도 봄 시즌에 맞춰 납품해야 할 아동복을 제때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납품을 못 해 돈이 돌지 않으면 다음달 지급할 인건비마저 조달하기 어렵다”며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에 들지 않아 설비 등 자산 약 10억원도 날릴 위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발 생산업체 평화의 고문중 대표는 “2013년 가동 중단 때 손해액이 20억~30억원에 달했는데 보상액은 1000만원도 안 됐다”며 “이번에도 실질적인 보상이 없다면 기업을 꾸려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는 개성공단에서 연간 40만~50만켤레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경협보험에 가입해도 시설투자금의 90%만 보상받는다”며 “생산차질, 운영 손실, 기회비용, 납품기일을 어겨 무는 벌금 등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추산한 총 손실은 1조원을 넘는데 경협보험금 지급 규모는 285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로 일자리 어떻게 구하나”

5000여개에 이르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협력사 직원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식자재업체인 늘푸른 관계자는 “개성공단 직원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해 한 달에 약 1억2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다른 곳은 일절 거래하지 않았다”며 “2~3개월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전부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류 봉제업체 대일유니트의 한 직원은 “생산 라인이 개성공단 한 곳뿐인데 여기서 일을 못 하면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기업과 거래하는 도자기업체 직원도 “다른 거래처가 있으면 일할 기회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입주기업들 실질적 보상 촉구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개성공단 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피해보상 대책은 대단히 미흡하다는 게 입주기업의 공통된 반응”이라며 “일단 구체적인 피해조사를 정부와 함께 진행한 뒤 구체적 근거를 갖고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원들은 이날 여야 대표들을 만나 손실 보전 과정에서 정치권이 힘을 보태줄 것도 요청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 대책에 입주기업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며 “피해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이지수 기자/신혜진 인턴기자 (연세대 4년)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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