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감에 인탑스 등 중견기업 이탈 가속
LG이노텍은 일부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산업단지인근 원룸 공실 급증…중개업소 개점 휴업
아파트는 과잉 공급…급매물 나오며 가격 하락
[ 이해성 기자 ] 경북 구미국가산업3단지 배후 생활지역인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LG디스플레이 직원 기숙사 ‘나래원’ 맞은편에 구미산업단지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원룸촌이 길게 펼쳐져 있다. 지난달 26일 찾은 이곳 길거리는 한적했다. 인근 S공인중개 관계자는 “작년 여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원룸 공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밤이고 낮이고 사람들 발길이 크게 줄었는데, 중개업을 한 10년 동안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변 중개업소들도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구미산업단지 불황과 나래원에 살던 LG디스플레이 직원 중 상당수가 이사한 것이 원인이라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때 이곳 원룸을 주로 채웠던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등 외국인 근로자들도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發 인력 감소
1일 한국산업단지공 ?등에 따르면 구미2산업단지 내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인 인탑스는 작년 말 기준 고용인원이 687명으로 지난해 초(868명)에 비해 181명 줄었다. 1년 새 감축 비율이 20%를 넘는다. 베트남 이전설이 돌고 있는 삼성전자 구미공장(1·3단지) 협력업체다. 인탑스도 최근 베트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이노텍(구미 1·2단지 등)의 고용인원도 지난달 8758명으로 지난해 초보다 480여명 감소했다. 이 공장은 최근 일부 생산라인 가동 중단 및 휴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협력업체인 중견기업 Y전자도 생산라인을 줄이며 지난해 말 수백여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K공인중개 관계자는 “4000여명에 달했던 LG디스플레이(2·3단지) 임직원 중 최근까지 2000명 이상이 구미를 떠나 경기 파주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이탈은 늘고 있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산출한 구미산업단지 입주업체 수는 지난해 2064개(10월 기준)로 2010년 1409개보다 655개 늘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요즘 새로 입주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영세 업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구미산업단지의 지난해 추정 수출액은 255억달러(관세청 조사)로 2003년 후 12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는 줄고 신규 주택은 늘고
산업단지 침체와 함께 구미 지역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신규 아파트 급증이다. 구미시 도심 송정동에서 이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Y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낮은 매물이 나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인근 M공인중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구미지역 인구가 감당 못 할 정도의 주택 공급 과다”라고 말했다. 7년 전 구미시는 2015년께 인구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구미시 인구는 2014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41만여명에 그쳤다.
2018년까지 구미 시내 주요 아파트 입주 대기 물량은 신규 분양 아파트만 1만8800여가구에 이른다. 신평동 장한아파트, 도량동 1·2주공아파트, 원평동 주공아파트, 원평 1·2구역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소규모 단지를 합치면 2만가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구미 기존 공동주택 8만7900여가구의 20%를 넘는 새 아파트가 3년 내 쏟아지는 것이다.
옛 도심뿐만 아니라 새로 조성되고 있는 단지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다. 시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구미4산업단지 확장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옥계동 근처에선 급매 전단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곳 우미린 1차 전용면적 85㎡는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좋은 곳은 3억원 이상을 호가했다. 지금은 2억6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곧 입주를 앞둔 중흥S클래스 1차(1220가구) 분양권은 웃돈 없이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아읍 문성리에서 지난해 초 분양한 ‘문성파크자이’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한때 웃돈이 3000만원까지 붙었으나 거래 부진 탓에 웃돈 없이 내놓는 매물이 많아지고 있다.
구미=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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