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중국증시 급락 이후 창업투자 급랭…5개월새 30% 줄어
펀드 결성 규모도 60% 급감…일부 기업, 합병으로 살 길 모색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5년 만의 최저치인 6.9%로 내려앉는 동안 중국 정부는 “성장률 둔화는 경제 성장엔진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해왔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던 근거 중 하나는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창업붐’이었다. 활발한 창업이 일자리 창출과 신흥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물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창업투자 규모도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투자절벽’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작년 7월 이후 스타트업 투자 감소세
중국 경제의 사령탑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작년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중창업, 국민혁신’이란 슬로건을 제시했다. 중국 전역에 창업붐을 조성해 전통 제조업 성장세 둔화에서 비롯된 중국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각종 창업지원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지난해엔 전년 대비 21.6% 증가한 443만9000개의 기업이 설립됐다. 연간 신설법인 숫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창업붐이 일면서 창업투자 규모도 2014년 153억달러에서 지난해 두 배 수준인 312억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월간 창업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상하이증시가 급락한 작년 7월을 고점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7월 48억6000만달러이던 창업투자 규모가 11월에는 33억2000만달러로 5개월 새 30%가량 감소했다.
창업투자 건수도 상하이증시 급락 직전인 6월 312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해 11월엔 157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대표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선전캐피털그룹은 지난해 초만 해도 매달 20개의 신생기업을 선정해 투자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두젠 선전캐피털그룹 기술업종부문 책임자는 “작년 9월부터 신규 투자대상 기업 물색작업을 중단했다”며 “최근 투자업무를 재개했지만 작년 상반기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올해 자금난 직면 우려
중국 창업투자 규모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증시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PEF)는 통상 투자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면 보유하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벤처캐피털 올스타즈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지 대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계속 나타내면서 상당수 VC와 PEF가 스타트업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증권통신은 “작년 7월 상하이증시 급락 때 중국 정부가 기업의 신규 상장을 중단하는 바람에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올해 상당수 중국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업투자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창업투자 펀드 결성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차이나벤처닷컴에 따르면 중국 내 창업투자 펀드 결성 규모는 지난해 7월 265억달러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11월에는 90억달러에 그쳤다. 새롭게 결성된 창업투자 펀드 수도 작년 7월 125개에서 11월엔 53개로 감소했다. WSJ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스타트업이 비용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경쟁업체와의 합병을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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