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
'부패·규제 심한 나라' 선입관 버려야
한국, 엄청난 기회 발견할 수 있어
곧 자동차·생명보험 큰 판 벌어질 것
홈쇼핑·IT분야 등도 투자 유망
"투자 걸림돌 즉각 풀어주겠다"
대통령도 한국기업 유치 직접 나서
[ 임원기 기자 ] 조태영 주(駐)인도네시아 대사(사진)는 인터뷰 내내 ‘선입관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가 말한 선입관은 인도네시아의 경제 상황에 대해 흔히 들을 수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투자는 중국 기업이 독식한다’거나 ‘인도네시아는 정부 규제와 부패가 심해 기업하기 힘들다’와 같은 것이다. 그는 “이런 선입관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선입관을 버리면 엄청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그란멜리아호텔에서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연 국제세미나에서 조 대사는 “인도네시아가 매우 의미있는 성장 丙甕?막 통과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미나 후 기자와 만난 조 대사는 “통상 한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보험 관련 사업이 급성장한다는 게 정설”이라며 “지금 인도네시아가 그런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800달러로 추정된다. 늘어나는 오토바이, 승용차로 교통체증 몸살을 앓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보험 가입은 아직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조 대사는 “조만간 자동차보험과 생명보험 분야의 큰 판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과 문화콘텐츠, 정보기술(IT) 분야도 한국 기업에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 5월 현지 대사로 부임한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트렌드나 문화콘텐츠 등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 대사는 “지난해 말 한국 메신저 기업 라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웹툰을 서비스하자 4000만명이 이를 즐겼다”며 “이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하는 일에 매우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도 적극적이다. 조 대사는 “최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한국 대사관을 찾아와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데 혹시 걸림돌이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직접 말해달라. 바로 풀어주겠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조 대사는 이어 “그동안 교역 중심이었던 양국 관계가 이제 공동개발, 공동투자 등 함께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양국은 2025년까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는 KFX-IFX프로젝트 가계약을 맺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유난히 1호 기록이 많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1호 해외 투자(1968년 임업투자) 국가며 최초의 해외 유전개발 투자(1981년 서마두라 유전) 국가다.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사무소 1호(1992년) 설치국이기도 하다. 한국이 개발한 제트 훈련기 T-50과 한국형 잠수함을 처음 구매한 나라도 인도네시아다. 조 대사는 “인구 2억5400만명, 국내총생산(GDP) 1조달러인 나라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닮길 원하고 한국의 투자를 바란다”며 “이 정도면 선입관을 버릴 만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자카르타=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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