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베스트 인수' 1심 판결
"석유공사 손실은 사후적 문제…개인적 이득 위한 증거 없어
판단 과오 있지만 배임 아니다"
검찰 무리한 수사 또 도마에
[ 김인선 기자 ]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5·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수십건의 배임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외교사업 비리와 관련한 첫 판단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한 과정을 놓고 피고인이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배임의 동기를 가졌거나 이로 인해 하베스트가 장래에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을 거래 과정에서 용인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 슛?컥甄戮?인수하면서 시장가격인 주당 7.31캐나다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캐나다달러를 지급, 회사에 55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배임 혐의 30건이 무죄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하려면 당시 하베스트의 자산가치가 인수금액보다 질적으로 낮아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하베스트 인수로 석유공사가 부담한 손실은 대부분 사후 사정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고,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피고인 개인이 경영평가를 좋게 받으려 이 거래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소 과오가 있다고 평가할 수는 있으나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할 만큼 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 전 사장은 선고 직후 “해외자원 개발은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인데 모든 사업이 잘못된 것처럼 매도돼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억울한 점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 전 사장을 대리한 채희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하베스트 인수로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사적 이득을 취해서가 아니라 인수 후 WTI·두바이 유가 역전현상, 셰일가스혁명 등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경영상 판단으로 내린 결정들에 대해 배임 혐의로 수사를 하면 경영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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