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나선 수입 중형 세단
[ 정인설 기자 ]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다. 빼어난 외모에 고연비를 겸비하고 가격까지 착한 차는 존재하기 어렵다. 어느 차든 약점은 있게 마련이다. 결국 관건은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으로 단점을 덮어버릴 수 있느냐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 어느 차급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한 중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솔린 세단인 혼다 어코드와 디젤 세단인 푸조 508은 그런 점에서 불운하다. 수백 가지의 장점이 있는데도 한두 개의 단점 때문에 국내에선 과소평가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승승장구했지만 국내에선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 뒤지며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명예회복을 위해 변신했다. 밋밋하다는 인상을 줬던 어코드는 부분 변경을 통해 강렬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정보기술(IT)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였다. 연비는 좋지만 승차감은 별로라는 비판이 나온 508은 유로6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편안함으로 무장했다.
어코드는 집으로 치면 ‘새집 증후군’이 없는 차다. 처음 탈 때부터 오래 운전한 것처럼 편안하다. 10년을 타도 처음 그 느낌을 주는 한결같은 차다. 이 때문에 운전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김여사가 가장 편안하게 몰 수 있는 차 중 하나로 꼽힌다.
종종 이런 편안함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내로라하는 강자가 즐비한 중대형 세단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무난한 어코드는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외모나 승차감 모두 무난한 탓이다. 혼다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어코드 부분 변경 모델에 힘을 줬다. 강렬한 인상으로 갈아타기 위해 외모의 곡선에 변화를 많이 줬다. 이전 모델보다 굴곡이 많고 볼륨감이 더해졌다. 강렬한 외모답게 힘도 좋아졌다. 이전 모델 대비 출력이 7마력 높아졌다.
IT도 적극 채용했다. 시승한 어코드 3.5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고 무선충전기도 장착했다. 100%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았지만 잘 바뀌지 않던 어코드에 이런 변화는 절대선이다.
푸조 508은 굽은 길이 많은 프랑스 태생이어서 핸들링이 부드럽다. 푸조의 다른 모든 차량처럼 508은 연비에선 동급 최강이다. 모두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라는 푸조 특유의 반자동 변속기 덕이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린다. 508은 MCP를 통해 연비를 얻은 대신 승차감을 잃었다. 소형차를 타는 소비자에겐 강점이 될 순 있어도 승차감을 최고로 치는 고급 세단 소비자들에겐 치명적이다.
그래서 푸조는 과감히 508에서 MCP를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푸조 차량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국내에 판매하는 푸조 508엔 무조건 MCP 대신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형차인 208과 2008 외에 모든 차에 자동변속기만 달기로 했다. 시승한 508 1.6L 모델은 이전만 해도 MCP를 장착했지만 유로6 모델로 바뀌면서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변속기 교체로 울렁거림도 없어졌다. 내부 인테리어도 독일 세단 못지 않게 일신했다.
이렇게 바꿨는데도 인기가 없으면 어코드와 508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좀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뿐이다. 어코드 부분 변경 모델의 가격은 3490만~4190만원. 508 유로6 모델은 1.6L가 3960만원, 2.0L가 4290만~4690만원.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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