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부터 학교 경비원까지…1억 이상 고액 기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개인 기부문화 빠르게 정착
재일동포 익명기부 29억 '최고'…최신원 SKC회장이 28억 2위
누적 모금액 1087억원 넘어
[ 강경민 기자 ]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1000번째 회원을 맞았다. 2007년 출범한 지 8년 만이다. 선진국처럼 국내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를 실천하는 개인 기부문화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를 운영하는 국내 법정 모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심 대한노인회장이 5년 안에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해 1000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록했다고 29일 밝혔다. 1998년 설립된 공동모금회는 ‘세 개의 빨간 열매’로 불리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져 있다. 공동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 12월 아너 소사이어티를 출범시켰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미국 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매년 1만달러 이상 기부)를 벤치마킹했다. 1984년 회원 20명으로 출발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현재 회원 2만5000여명을 두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출범 후 6개월이 지나서야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이 1호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개인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았다. 1억원이 넘는 큰돈을 내놓은 기부자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이름 공개를 꺼리기도 했다.
회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12년 3월 100번째 회원(주기영 쌀눈조아 대표)이 가입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출범 6년째를 맞은 아너 소사이어티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고액 기부자들이 큰돈을 내놓는 대표적인 기부 창구가 됐다는 게 공동모금회의 설명이다. 회원 스스로 기부 용도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호응을 얻었다. 2012년 12월 200호(배우 수애), 2013년 6월 300호(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2013년 12월 400호(목영준 김&장 사회공헌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5월 499, 500호(부산 치과의사부부 배기선·김선화 씨) 회원을 맞았다. 이후 1년여 만에 500명이 추가로 가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너 소사이어티의 누적 모금액은 1087억여원이다.
1000명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중 최신원 SKC 회장 등 기업인이 458명(45.8%)으로 가장 많다. 전문직 129명(12.9%), 자영업 45명(4.5%), 법인·단체 임원 35명(3.5%), 국회의원·공무원 17명(1.7%) 순이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013년 2월 가입 杉? 현직 국회의원은 정갑윤 국회부의장(새누리당·울산 중구) 한 명뿐이다. 박지성 전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프로골퍼 최나연,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수애, 소녀시대 윤아와 미쓰에이 수지 등 스포츠·방송 스타도 22명에 이른다.
금액으로 보면 최고액 기부자는 2013년 29억원을 홀몸노인을 위해 기부한 재일동포 익명기부자다. 2위는 28억원을 기부한 최신원 회장, 3위는 20억원을 기부한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고액을 기부한 사례도 있다. 한성대에서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방락 씨(68)는 지난해 말 “경비원 직업을 가진 사람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1억원을 약정해 화제가 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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