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 6%… 3년 뒤 조기 상환 가능
부채비율 20% 낮추는 효과… 신용 평가社는 전액 차입금으로 규정할 듯
이 기사는 12월23일(10:5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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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식품이 지난 15일 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영구채는 명목상 만기는 있지만 발행 기업이 계속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통상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발행한다.
풀무원식품의 이번 영구채도 명목 만기는 30년이지만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 6%다.
이 채권에는 풀무원식품이 발행 후 3년이 지났을 때 채권을 조기 상환할 수 있다는 조건(콜옵션)이 붙어 있다. 이때 상환하지 않으면 2%포인트의 금리가 가산돼 연 8% 금리가 적용된다. 그 뒤에는 1년마다 0.5%포인트씩의 추가 이자가 붙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 기업들이 콜옵션을 행사해온 관례에 비춰 풀무원식품도 발행 3년 뒤 조기 상환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풀무원식품은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6% 고금리로 발행한 셈이 된다. 신용 등급이 ‘A-’인 풀무원식품의 3년 만기 회사채 유통 금리(연 3.125%, 지난 15일 기준)보다 무려 3%포인트 가까이 높다.
풀무원식품이 영구채를 발행한 건 해외 법인 실적 부진 등으로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풀무원식품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58%에 달한다. 3년 전인 2012년 말(166%)보다 1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한 돈을 전액 자본으로 처리할 경우 풀무원식품의 부채비율은 20%포인트 낮아진다.
풀무원식품의 자체 회계 처리와 별개로 신용 평가 회사들은 이번 영구채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단기간에 채권을 갚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본이 아닌 차입금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연 6% 고금리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놓고 자본을 확충한 것처럼 눈속임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이 지난 6월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영구채를 전액 차입금으로 규정했다. 이 영구채에도 신세계건설이 발행 후 2년이 지났을 때 채권을 조기 상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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