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자본·기술에 밀려 직접 경쟁보다 신시장 공략
스타 창업가 대거 영입…혁신 스타트업 발굴 주력
내년 해외벤처 투자도 확대
[ 박영태 기자 ]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 경쟁사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신생기업 전문 벤처캐피털 본엔젤스파트너스 창업자인 장병규 파트너(42)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장 파트너는 2000년대 초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을 주도했던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했고 인터넷 검색업체 첫눈을 세운 인터넷 1세대 대표주자다. 네이버에 첫눈을 매각한 뒤 2006년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며 본엔젤스를 설립했다. 국내 1호 신생기업 전문 벤처캐피털이다. 지난 10년 동안 장 파트너는 개인 돈과 펀드 등을 통해 창업 1년 안팎의 90여개 신생기업에 32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 취업정보앱 ‘잡플래닛’ 등이 장 파트너가 발굴한 벤처기업이다.
◆“동남아 시장이 유망”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다. 장 파트너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동남아가 한국 스타트업에 유망한 시장”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이나 중국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생태계가 탄탄하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에서 정부의 지원과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온·오프라인연결(O2O)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 파트너는 “자본과 기술력에서 열세인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도전하기보다는 모바일 시장이 싹트고 있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도 글로벌 진출을 돕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본엔젤스는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도 본격 나선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장 파트너는 “해외 투자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경험 살려 유니콘 발굴
본엔젤스는 최근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 김길연 전 앤써즈 대표, 김창하 전 매드스마트 대표, 전태연 씽크리얼즈 이사, 마크 테토 TCK투자자문 상무 등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테토 상무를 제외하면 모두 창업가 출신이다. 장 파트너는 10년간 맡아온 대표직을 창업멤버인 강석흔 파트너와 송인애 파트너에게 넘겼다. 한국판 유니콘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유니콘은 1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말이다.
장 파트너는 “스타트업에 경영 노하우 등을 전수하기 위해 창업 경험이 있는 파트너를 영입했다”며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인 서비스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파트너는 “핀테크, 위치기반서비스 등 최근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분야에서 혁신적 서비스나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법·제도 정비가 늦어지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에는 규제를 최소화해 다양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