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신임 임원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기존 케이블TV 업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KT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기자단 송년회를 갖고 신임 임원들은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매스 총괄의 수장을 맡은 임헌문 사장과 경영지원총괄을 이끄는 구현모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임헌문 사장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의 일반적인 희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이 이동전화에 방송, 초고속인터넷 등을 저가에 끼워 팔아 방송·통신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현모 부사장도 "결과적으로 케이블TV라는 산업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KT는 케이블TV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M&A의 추진 논리로 내세운 SK텔레콤을 사자성어인 자기기인(自欺欺人·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에 빗대기도 했다.
임 사장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둘은 내수산업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 업종 간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SK텔레콤이 M&A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내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상무)는 "이통시장의 경험상 독점적인 경쟁구도가 고착화되면 회복이 어렵다"며 "여러 쟁점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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