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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현저히 나쁘다는 객관적 자료 있으면 해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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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일반 해고' 토론회…전문가 주제 발표

합리적 기준으로 공정한 인사평가 필수
재교육·직무재배치 등 개선기회도 줘야
저성과자 관리시스템 있는 기업 32%뿐



[ 백승현 기자 ] 정부가 업무 저성과자 해고 등 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 5대 노동개혁 법안 입법을 위해 노동계 반대가 심한 정부 지침 발표를 미뤄왔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사·정은 9·15 대타협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부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고 약속했지만 3개월 동안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노동개혁 입법과 별개로 이제는 근로계약 해지, 취업규칙 변경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오늘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이상익 공인노무사가 발표한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해고 관련 판례 고찰’이었다. 직무능력과 성과가 부족한 근로자에 대해 징계나 해고가 적합했는지를 판단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례가 소개됐다. 이 판례들은 사실상 정부가 내놓을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노무사는 “근로자 능력과 성과가 현저히 부족하다면 계약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으로 계약 상대방의 계약 해지사유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법원의 결정 전에는 어떤 경우에 해고가 가능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례를 요약하면 법원은 저성과자의 정당한 해고 기준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객관적 자료에 의해 판단했는지와 합리적 기준을 토대로 인사평가를 했는지, 재교육이나 직무 재배치 등을 통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는지 등이다.

판례를 보면 업무수행 능력 부족을 이유로 두 차례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에게 전가해 동료 직원들이 같이 일하기를 꺼리는 경우 전환 배치됐음에도 진전이 없으면 해고사유가 된다.

하지만 특정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징계 또는 해고나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 위법하다고 봤다. 사용자는 특정 근로자를 저성과자라고 평가해 해고하겠다고 했지만 수년간 성과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적이 없고 평가 기간이 단기간(1년)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토론회 개최에 대해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한국노동자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조합원 50여명은 토론회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은 사용자 마음대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제안이 나왔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사고과제도가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근로자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인사평가와 관련해 노사 동수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의 후진적인 인사평가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동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사업체(30인 이상 사업장 1700곳) 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32%만 저성과자 관리를 하고 있다”며 “능력중심의 인적자원 관리가 안 되는 이유는 능력평가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정부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은 운전기사 한 명을 해고할 때도 그동안 인사평가를 상세히 기록한 A4 서류뭉치를 가져오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인사평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사용자와 근로자 간 법적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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