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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타이밍인데"...박자 놓친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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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금융부 기자) 정책의 핵심은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같은 정책이라도 언제 시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올 7월 금융위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란 걸 내놨습니다.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해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받는다 하더라도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일본, 미국 등에선 30년 장기분할상환으로 집을 장만하는 게 보편화됐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선진화 방안’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한 가지 중요한 실책을 했습니다. 7월에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부터로 잡은 겁니다. 주택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수요자들에 대비하라는 취지였습니다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올 10월에만 은행권 가계부채가 전달에 비해 9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였습니다.

하반기 가계부채가 줄기는커녕, 급증한 것의 원인은 여러가지일 겁니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여전?‘부동산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는 심리를 반영한 결과일 겁니다.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가정해 저금리 때 대출을 받아 놓자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선수요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내년부터 주택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것을 감안해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밀어내기에 열을 올리고, 수요자들도 올해 대출을 받아두자는 식으로 반작용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11월 말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10만627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고, 집값도 0.31% 오르는데 그쳐 전달(0.33%)보다 상승폭이 줄었다는 겁니다. 조만간 11월 통계가 어떻게 나올 지 지켜봐야하겠습니다만, 정부로선 가계부채 팽창 억제를 위한 대책을 실행하려하는 찰나에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모순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이 와중에 금융위는 은행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DSR(차주의 총체적상환부담)을 내년 은행 여신심사 때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니 은행들로선 따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차주의 다른 채무(원금+이자)까지 고려해 대출액을 결정하도록 하는 지표입니다. DTI(총부채상환비율)만해도 총부채를 계산할 때 다른 채무의 원금은 빼고 이자만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DSR이 DTI보다 좀 더 강력한 규제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부동산안정화대책을 준비할 때 DSR을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폐기됐던 ‘카드’입니다.

DSR은 舊씬?대출총량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DSR 한도를 80%로 정한다고 가정하면,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80%를 넘을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대출총량제는 일본에서 대부업 성행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2000년 초반에 도입됐습니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후 서민들이 고금리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모든 대출 원리금의 합이 연 소득의 30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강경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이처럼 DTI보다 강력한 규제로 알려진 DSR을 내년부터 은행이 엄격하게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 1주택 소유자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로 특히 다중채무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의 숨통을 틔워 부동산 거래를 활발하게 하겠다며 LTV, DTI 규제를 완화한 것이 작년 일인데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늦은 얘기이긴 합니다만, 차라리 올 7월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때 전격 시행 전략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때처럼 말이죠.

노무현 정부는 2006년 3·30 부동산종합대책, 11·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 등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놨는데 그때마다 전격적인 시행을 택했습니다. 대책을 내놓고 곧바로 시장에서 적용되도록 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7월에 발표한 정책을 이듬해 실행에 옮기겠다는 금융위의 방안이 타이밍상 적절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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