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양적완화 계획에 독일 중앙은행 총재 등 반대
슬로베니아·라트비아 총재도 "추가 양적완화 필요없다"
[ 이상은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는 최근 몇 달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쓸 계획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분명하게 보냈다.
지난달 20일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나타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무렵만 해도 ECB가 추가 자산 매입 패키지만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 시장 참가자들이 추가 금리 인하까지 예상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하지만 ECB의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그에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ECB에도 적지 않은 ‘매파’가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열린 ECB 통화정책 회의에 참석한 21명 가운데 7명은 양적 완화 등 ‘돈 풀기 정책’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매파 7명…팽팽한 힘겨루기
ECB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원래 25명이다. 이사회 소속 6명과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다. 그런데 지난 1월 ECB는 4명씩 돌아가면서 투표권을 행사 舊?않기로 하는 규칙을 새로 도입했다. 총 21명의 투표권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회의에서 빠지게 된 4명(프랑스·핀란드·벨기에·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은 모두 드라기 총재를 지지하는 ‘비둘기파’다.
반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매파’로 분류되는 7명은 전원 투표권을 갖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를 비롯해 자비네 라우텐슐레거 ECB 이사, 알도 한손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 보트얀 야즈베크 슬로베니아 중앙은행 총재,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 총 5명은 확실한 반대파로 꼽힌다.
여기에 이브 메르슈 ECB 이사(룩셈부르크 출신)와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매파 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ECB, 토론 통해 의견 도출
매파를 주도하는 것은 독일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물론이고 라우텐슐레거 이사도 독일 중앙은행 부총재 출신이다. 독일 경제의 상황이 유로존 내 다른 나라보다 낫다 보니 추가 양적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우텐슐레거 이사는 지난달 말에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ECB가 추가 양적 완화를 할 이유가 없고, 특히 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CB는 전통적으로 투표를 통한 ‘힘 대결’보다 토론을 통한 합의 도출을 선호한다. ECB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프라엣이 정책을 제시하면 토론을 벌인 뒤 드라기 총재가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이 때문에 ‘매파’의 수가 30%에 이르는 상황은 드라기 총 玲“?생각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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