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 중국 시장 선점전략보다
기업이익으로 농어업 구제논의만
상생 빌미 기금의 강제할당 없어야"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 대외부총장 inkyo@inha.ac.kr >
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으로 연내 협정 이행 가능성이 열렸다. 이제부터 한·중 양국 통상당국이 긴밀하게 움직여야만 연내 FTA 이행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이행법령 제·개정안 차관회의,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와 공포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과 같은 국회비준 절차는 없으나, 국무원 승인 이후 관세세칙위원회 공고, 세관 직원 교육 등의 과정에 보통 3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기간을 단축하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달 안에 한·중 FTA가 이행되면 1차연도 관세인하에 이어 내년 1월1일부터 2차연도 관세인하가 이뤄지게 돼, 불과 며칠 사이 2년치 관세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 부진과 중국의 질적 성장 전환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이행은 한국 기업들에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middot;중 FTA는 서비스분야 협상을 협정 이행 2년 내 시작하고 이후 2년 내 타결하는 것으로 돼 있어, 한국 기업의 중국 서비스시장 진입로를 앞당겨 열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동아시아 내 FTA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일본은 한국의 TPP 가입 협상 결정 시 깐깐하게 굴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한·일 FTA를 풀겠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 이행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우리 통상당국의 대응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14억 인구와 세계 2위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의 FTA 이행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FTA망을 구축하게 됐으므로, TPP 가입 문제도 경제효과를 중심으로 더욱 치밀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중 FTA 비준과 함께 확정된 후속조치도 조속하게 마무리해 뒷말을 줄여야 한다. 그동안 비준을 위해 노력해 온 통상당국이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문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한·중 FTA에서 농업 개방이 최소화돼 또 다른 대규모 보완대책 마련 주장이 탄력을 받지 못했지만, 농업계는 정부여당이 올해 이행을 목표로 설정한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1조원의 지원을 받아낸 것이다. 정부는 확정된 한·중 FTA 관세인하 일정을 근거로 3619억원의 농어업 피해를 산정하고 4800억원의 지원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국회에 비준동의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정 협의체는 추가로 1조6000억원 지원과 함께 1조원의 상생기금까지 확정함으로써 총 3조원의 농어업대책을 마련했다. FTA로 번 이익으로 농수산업계를 지원하는 구조로 변질된 것 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비(非)시장적인 발상을 2년 넘게 검토해 온 국회와 이를 수용한 정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국회의원의 지적과 같이 FTA 비준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왜 FTA를 해야 하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국내 정치 현실은 한국 통상협상 역량과도 관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상생기금 합의는 다분히 내년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이고 이로 인해 한·중 FTA의 취지가 흐려지게 됐지만, 더 이상의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생기금 조성과 활용 방안을 현명하게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결코 준조세가 되지 않도록 하고 FTA 수혜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FTA 피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해 집행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 대외부총장 inkyo@inh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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