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증권가에서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 '3%대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 대다수의 시각은 밝지 않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상위 7대 증권사(6월 기준)가 제시한 한국 경제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평균은 2.8%다.
지난 18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내놓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2.5%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가 밝힌 3%대 성장률에는 못 미친다.
앞서 스테판 디크 무디스 부사장은 "수출 부문의 활력 약화와 최근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확대, 인구통계학적 특성 변화 등의 요인은 한국의 장단기 성장 전망에 비우호적인 요인"이라며 "앞으로 2년 반에 걸쳐 한국은 2~3%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5~3.0%…관건은 '수출'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내년 경제 성장률 2.5%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2.6%, KDB대우증권은 2.8%,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이 2.9%였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3.0%를 내놨다.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보는 쪽에서는 수출 부진과 내수 경기 정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수출이 올해와 내년 각각 6.2%씩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 박정우 연구원은 "내수경기 회복이 정체된 데다 해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이를 상쇄해 줄 수 있는 정책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고, 만약 있다고 해도 대응 강도가 약할 것"으로 판단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 투자와 소비 중심으로 성장률이 개선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건설 투자 둔화와 추경효과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제시한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한국 수출이 전년 대비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여건 개선과 원화 강세 완화, 중간재 제품 경쟁력 향상 등이 긍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이 회복되면 내수에 집중됐던 부양책 강도는 약화되겠지만 그 파급 효과로 자생적 성장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 있다"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인 성장에 힘입어 내년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 2017년 나아질까…의견 분분
내후년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시각도 엇갈렸다.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은 2017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년보다 낮게 제시했다. 내후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각각 2.7%, 2.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3.0%를 제시해 내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내년보다 높은 3.2%를 내놨다.
윤 연구원은 "2017년에는 순수출 성장기여도와 내수 성장기여도 후퇴가 이어지면서 3% 내외의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허 연구원은 "2017년이 되면 한국 노동 가능 인구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2020년까지 국내 잠재 성장률은 2.3∼2.8%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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