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업에 대한 재해석 (1)
볼 놓는 위치도 제각각
눈감고 쳐서 잘 맞으면 그곳이 좋은 볼 위치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골프에선 ‘서는 것이 반’이라고 한다. 셋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퍼팅이든 모든 샷이 그렇다. 스윙과 샷 교정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셋업은 그보다 쉬 고칠 수 있다. 셋업만 제대로 해도 ‘굿샷’이 늘어나고, 스코어가 쉽게 향상된다.
그런데 셋업에 대해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이 난무하고 있다. 마치 셋업에 정해진 틀이나 모범답안이 있어서 그것을 따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오류다.
게다가 구질의 변화를 볼 포지션 이동이나 스탠스 조정으로 보완하려는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셋업이란 볼과 나, 목표 3자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인데 말이다.
우선 볼 포지션, 즉 볼과 나의 관계 설정을 생각해보자. 롱아이언은 어디, 미들아이언은 어디, 쇼트아이언은 어디라는 식으로 발과 몸, 몸과 볼의 이상적인 위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표준적이고 이상적인 스윙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발상이다.
이상적인 스윙이란 신기루와 같고, 그런 이상적 스윙이 있다는 가설을 부정한다면 이상적인 볼 포지션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상적인 볼 포지션은 자신이 발견하는 것이다. 자기 몸이 허락하는 최적화된 스윙으로 바닥을 건드려보거나 디벗을 내보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볼 포지션을 발견하면 될 일이다.
물론 어떻게 접근하든 볼의 위치가 좌우나 앞뒤로 몇 개씩 차이 나지는 않는다. 불과 볼 한두 개의 편차 범위 안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급자로 갈수록 그 편차는 심대한 결과의 차이를 가지고 온다.
어떤 궤도상의 조작도 없이 편하게 스윙하면서 볼을 칠 수 있는 위치를 발견하는 것이 볼과 나의 관계를 설정하는 핵심 과제다. 그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질수록 미스샷의 확률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올바른 볼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샷을 해보면 안다. 아이언이든 드라이버든 모든 샷을 셋업한 뒤에 눈을 감고 쳐보라.
처음에는 눈을 감고 친다는 것이 어렵고 어색해 미스샷이 많이 나겠지만 20~30개를 쳐보면 익숙해진다. 그러고 나서 10개의 볼로 테스트해보면 된다.
눈을 감고도 10개 중 7개 이상을 잘 칠 수 있다면 올바른 볼 포지션을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동안 잘못된 볼 포지션으로 골프를 해온 것이다.
볼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아무런 조작 없이 무심히 맞을 수 있는 포지션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루빨리 해야 한다. 올바른 볼 포지션의 발견은 ‘눈 감고도 칠 수 있는 위치의 발견’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계속>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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