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의 골든 타임'이 허망하게 저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에 희망이 보인다는 신뢰감을
국민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지난 13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 소식에 불안한 주말을 보냈다. 가뜩이나 뒤숭숭하던 차에 피치 못한 일로 교외에 볼일을 보러 갔다 돌아오는데 평소 토요일보다 더 막히는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자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여년 전 북유럽 출장길에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반나절 시간을 내 파리 시내 관광에 나선 적이 있다. 난생 처음인 파리 여행인지라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트르 언덕 등 세심하고도 바쁜 일정을 잡았다. 하필이면 그날 파리 버스운전기사 파업으로 관광 일정에 차질이 생겨 허탈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파리시민들의 느긋한 태도였다. 파업 이유를 물으니 “파업할 만한 이유가 있으니 할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16세기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프랑스의 ‘톨레랑스(관용)’가 정치·사회·문화 등 사회 각 부문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원리로 확대돼 시민 湧?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테러 사건에 프랑스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한데, 때마침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테러 대응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사실 G20 회의는 세계 경제의 복합적 불확실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번 회의의 공식의제는 ‘포용적이고 견고한 성장’이란 경제 이슈다. 논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한 G20 체제는 세계 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기대감이 크다. 세계 경제의 미래에 놓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논의에 가장 적합한 것이 G20 정상회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G20 정상은 물론 6개 초청국가 정상 및 7개 국제기구 수장까지 참여했으니 민감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전 세계적 저성장·고실업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투자활성화·포용적 성장 등에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행동계획이 나오고 한국이 선도적으로 제안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회의에선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장률 제고 측면에서 1위로 평가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G20 회의에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기엔 그 위기감이 너무 깊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축인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구조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2011년 하반기 이후 4년째 지속되고 있는 제조업 디플레이션이 기업 부실로 전이되면서 경제와 자산시장의 불안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경기 회복의 뚜렷한 전환점을 찾기 힘든 데다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외환위기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험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인은 자명한데 그 대책이 사회통합적인 요인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가 당면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과연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는가. 박근혜 정부가 얘기한 ‘경제 회복의 골든 타임’이 허망하게 저물고 있다. 당장 성과를 내기엔 쉽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점을 국민도 안다. 중요한 것은 경제에 희망이 보인다는 신뢰감을 국민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논문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발전 연구’를 통해 한국의 톨레랑스 지수가 조사 대상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1위로 가장 낮다는 결과를 보았다. 불확실성 투성이고 난제가 겹친 경제 현실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얼마나 남의 생각이나 입장을 배려하느냐 하는 것일 게다. 파리 테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은 두렵고도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경제가 두렵고 불안한 긴 터널 속으로 들어설지, 다시 웅비의 나래를 펼지,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톨레랑스 정신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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