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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에서 인공위성…자원개발에서 IT까지…돈이 되면 뭐든 판다, 일본 최초의 종합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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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미쓰이상사

수출입 전문 종합상사로 시작
경제 어려워지자 자원개발나서
원자재 가격하락하자 IT 진출

400년 생존비결은 '무한 변신'
"끊임없이 포트폴리오 바꿔야"



[ 나수지 기자 ]
‘코카콜라보다 매출이 많고, 스타벅스보다 많은 나라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글만큼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미쓰이상사를 소개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의 첫 종합상사로 시작한 미쓰이상사는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와 함께 일본 3대 종합상사로 꼽힌다. 400년 동안 회사가 살아남은 비결은 ‘변신’이다. 미쓰이상사는 무엇이든 수출입하는 종합상사에서 에너지·자원 투자회사로, 다시 분야를 가리지 않는 투자기업으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고 있다.


종합상사에서 자원투자회사로 변신

일본에서는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상사맨’을 구로코(黑子)라고 부른다. 일본 전통연극에서 출연자 시중을 들거나 무대장치를 조작하는 사람을 뜻한다. 검은 옷을 입은 채 검은 두건을 매서 ‘검은 사람’이란 이름이 붙었다. 관객의 눈엔 잘 띄지 않지만 연극을 진행하려면 없어선 안 되는 인물이다. 자사 브랜드를 걸고 상품을 팔지는 않지만 ‘칫솔부터 인공위성까지’ 다양한 상품을 해외로 내다팔기도, 들여오기도 하는 종합상사는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1990년대 전까지 미쓰이상사는 이런 종합상사의 모습에 충실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성장할수록 제조업체들이 스스로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이 쌓였다.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통관·물류 등 수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던 상사는 설 곳이 좁아졌다. 회사가 ‘발 디딜 곳’을 마련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미쓰이상사는 에너지·자원 분야 투자를 점찍었다. 마침 2000년부터 원자재 가격은 점차 올랐다. 대세 상승, 일명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미쓰이상사는 러시아와 브라질의 천연가스 사업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전체 수익에서 에너지·자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었다. 2010년이 정점이었다. 전체 순이익에서 해당 분야 의존도가 90%에 가까웠다. 미쓰이상사는 ‘종합상사’보다 ‘에너지·자원 투자회사’가 더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게 불변의 전략”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미쓰이의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에너지·자원 분야 사업은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다는 게 문제였다.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는 미쓰이상사가 전략을 수정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영국 정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소유한 멕시코만 유전이 폭발해 수심 1500m의 심해 시추공에서 3개월 동안 약 490만배럴의 원유가 쏟아져나왔다. 미쓰이상사는 이 유전에 10% 지분을 갖고 있었다. 유전 관리를 담당하던 BP의 잘못이라고 항변했지만 오염정화 비용으로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내놓아야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이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 2011년 말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몇 년 후면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경기가 서서히 둔화되며 이 전망은 현실이 됐다. 원자재 상품시장 둔화에 미쓰이상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5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순이익은 전년도 8196억엔에서 7883억엔으로 줄었다. 2016회계연도에는 여기에서 순이익이 16%가량 더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되면 다 뛰어든다”

위기를 감지한 미쓰이상사는 사업 다각화를 서둘렀다. 8 대 2 비율을 유지하던 자원, 비자원 분야 투자를 6 대 4까지 낮췄다. 투자처는 신재생에너지와 식품, 정보기술(IT) 등으로 가리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미쓰이상사의 전략을 ‘다보舊?ダボハゼ, 검정망둑)’라고 부른다. 탐욕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돈이 되면 어떤 사업이든 진출한다는 뜻이다.

2011년 4월에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여성 교도소 재소자들을 네일아티스트로 양성하는 사업이다. 2009년 법이 개정돼 교도소의 일부 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된 점을 노리고 시장 선점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중순에는 회사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팀을 따로 꾸렸다. 중간관리 직원 중 회사 핵심 인력을 모아 석 달 동안 토론만 시켰다. 토론 결과는 A4용지 두 장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전 직원이 읽고 토론하려면 명확하고 길지 않아야 했다. 지난해 12월 미쓰이는 이 보고서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각 지점에서는 세미나를 열었다.

미래전략팀을 이끈 호리 겐이치 전략국 담당은 블룸버그통신에 “미쓰이상사는 앞으로 직원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해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날렵한 회사로 변할 것”이라며 “우리의 전략에서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전략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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