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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블프' 생색내지만…업계 "쥐어짜기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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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부, 참여사 매출 20% 성장에 "소비촉진" 자화자찬
"먹을것 없는 잔치" 비판에 '노마진 세일'로 체면치레
'한국형 블프'로 정착 위해선 제조사 참여·정책 지원 시급

김병근 생활경제부 기자 bk11@hankyung.com



[ 김병근 기자 ]
“실적이 잘 나온 건 좋은데, 기분은 영 개운치 않네요.”

정부 주도로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본지 10월19일자 기사를 읽은 한 유통회사 임원의 소감이다. 22개 주요 유통업체의 행사 기간(1~14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7194억원) 증가했다는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다룬 기사였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매출은 24%(2669억원) 뛰었고,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등 가전제품 전문기업 매출도 20.9%(353억원) 늘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는 백화점의 가을 정기세일 기간(9월25일~10월18일)과 맞물려 진행됐다. 가을 세일의 매출 신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백화점으로선 모처럼 살아난 소비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울 수밖에 愎?

그럼에도 유통업체 임원이 “기분이 개운치 않다”고 한 것은 ‘재주는 유통업체가 부리고 생색은 기재부가 내는 모양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행사 초기 백화점을 비롯한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는 대부분 허탈해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원조인 미국처럼 최고 80~90%에 달하는 높은 할인율을 기대했지만 평균 10~30%에 불과해서다. 평소 비싸서 못 샀던 명품이나 가전제품업체의 참여도 저조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라는 식의 비난이 백화점 등 유통업계로 쏟아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블랙구라(거짓말)데이’ 등 조롱이 넘쳤다.

이 같은 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때 80~90% 세일이 가능한 이유는 백화점이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재고도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매장을 빌려줄 뿐, 제조업체가 재고를 관리해 백화점은 가격 결정권이 없다. 지난달 중순 행사 기획 단계 때 이런 문제를 지적한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 측 인사로부터 “그럼 앞으로 회의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협박조의 말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이름만 급조해 알맹이가 없던 행사를 뒤늦게 행사답게 만든 건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이다. 할인율을 높이고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코리아 블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신상품까지 할인 대상에 포함시키고, 협력업체에서 받는 이익을 포기하는 ‘노(no) 마진’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시장과의 구조적인 차이점을 제조업체와 백화점이 이익을 낮추거나 포기하는 방식으로 보완한 것이다.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쥐어짜기식 관제행사’라면 소비경기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와 제조사에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지원책을 마련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코리아 블프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참여업체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준다면 더 풍성한 한국식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생활경제부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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