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치뱅크 기업금융 분리
● HSBC 2만5천명 감원
● 바클레이즈 IB인력 25% 감축
[ 이상은 기자 ] 유럽계 투자은행(IB)들이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주식·채권 거래나 파생상품 판매,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인 IB사업 부문은 축소하고, 안정적인 프라이빗뱅킹(PB) 등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추세다. 수만명의 감원과 인력 재배치도 진행 중이다.
○도이치뱅크, 3분기 62억유로 손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계 도이치뱅크가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고 IB 부문을 두 개로 쪼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지난 7월 취임한 존 크라이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IB 부문 중 기업금융과 외환거래 부문을 떼어내 새로 ‘글로벌마켓’사업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 집행위원회를 없애고, IB 부문 대표 등 고위 경영진 네 명을 내보냈다.
개인고객 재산을 관리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은 자산관리 부문에 속했는데 앞으로 소매금융부문에서 관리하며 강화하기로 했다. 도이치뱅크 관계자는 FT에 “그가 쳐다보는 곳마 ?불길이 치솟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크라이언은 열흘 뒤 도이치뱅크의 새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엔 수천명을 추가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을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도이치뱅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지난 3분기 62억유로(약 7조9000억원) 규모 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소매금융을 담당하는 자회사 포스트뱅크를 매각했는데 당초 전망보다 싼값에 파느라 58억유로를 상각한 영향이 컸다. 리보금리 및 환율 조작에 따른 과징금 등도 내야 한다.
○EU의 채권거래 규제 강화 등 부담
도이치뱅크뿐 아니라 유럽계 IB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영진을 바꾸고,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아낄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영국 바클레이즈의 존 맥팔레인 회장은 IB 관련 인력을 25%, 자산을 50%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실적 부진으로 쫓아낸 안토니 젠킨스 CEO 자리에는 최근 미국인으로 JP모간 출신인 제스 스테일리를 임명하기로 했다. FT는 스테일리의 임명을 앞두고 금융상품 거래 부문에서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 2월, 크레디트스위스(CS)는 3월 CEO를 바꿨다. SC의 새 CEO인 빌 윈터스는 최근 고위 경영진 1000명을 줄이겠다는 메모를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계 IB는 금융위기 때 이미 쓰러졌거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반면 유럽계 IB는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뒤늦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유럽연합(EU)이 IB의 전통적 수익사업인 채권거래 등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 ‘먹거리’가 줄어드는 것도 미래 사업성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이 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과세(토빈세)를 추진하는 것도 부담이다. 올 상반기 유럽 내 IB 관련 거래 건수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22% 줄었다.
이에 따라 IB들은 좀 더 안정적인 소매금융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IB 부문 인력을 80% 감축하고 소매금융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는 중이다. 영국의 HSBC도 소매금융 부문보다 수익률이 낮은 투자금융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위스 UBS는 2011년 말 세르지오 에르모티 현 CEO 취임 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 거래 부문 인력 1만명을 자르는 등 IB부문을 줄였다. 대신 프라이빗뱅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높이는 등 개인고객 재산관리 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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