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 중소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와 연결시켜 지원토록 하는 짝짓기식 구조조정을 타진 중이라고 한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고, 현대중공업은 채권단 공동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하는 식이다. 대형 조선사가 중소 조선사에 자금·보증을 지원하고 수주까지 돕는 ‘구원투수’ 역할을 맡으라는 얘기다. 산업·수출입은행이 중소 조선사에 11조5000억원이나 쏟아붓고도 정상화가 요원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앞으로 조선경기가 살아난다면야 못 할 일도 아니다. 1999년 현대중공업이 한라중공업(현 삼호중공업)을 3년간 위탁경영해 흑자전환시킨 선례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조선사들조차 조(兆)단위 적자다. 7분기 연속 적자인 현대중공업은 노조 쟁의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사 도크를 채우기도 힘든데 중소 조선사까지 건사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동반 부실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 방안만은 피해보자는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수히 경험했듯이 고통을 수반하지 않은 구조조정으론 결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살릴 것은 살리고 닫을 것은 닫아야만 진짜 살 길이 열린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장 비난을 모면키 위해 모두 살리겠다는 식이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게 구조조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압력이 작용했다면 더욱 문제다. 더구나 薩뮌?과잉설비, 중복투자를 극복하기 위해 거대 국유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에 나선 판이다. 중국과 경합하는 조선산업을 어물쩍 봉합했다간 중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철강 석유화학 건설 해운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좀비기업’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게 현실이다. 10년 넘도록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이 3741개에 이른다고 한다. 심지어 20년 이상 보증받은 기업만도 600여개라니 놀랄 일이다. 정부가 개입할수록 좀비기업은 늘어날 뿐이다.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다. 한국 산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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