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2일)은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 5개국이 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로 한 소위 플라자합의 30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작성된 이 합의 이후 30년 동안 세계경제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글로벌화가 진전됐고 브릭스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파워가 두드러진 과정이었다. 일본은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서서히 만성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플라자합의는 일본과 독일에 편중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화를 6주 안에 최대 12%까지 절하시키고 특히 엔화환율을 달러당 125엔까지 끌어내리는 계획이 골자였다. 일본과 독일은 수입물량 조정이나 관세인상보다 환율 조정을 강요받았다.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 거시경제 운용에서 여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엔화가치는 합의 이후 1년 사이에 두 배나 올라갔다.
당시 달러당 250엔이던 환율은 장기간에 걸쳐 급격하게 또는 서서히 떨어져 달러당 100엔 이하로 무너졌다. 살인적인 엔고(円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는 그렇게 막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침체가 결코 플라자합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일본 측 실무 대표였던 교텐 도요 전 재무성 차관은 일본이 본격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어야 했지만 개혁은 줄곧 지연됐고 그 결과 경기침체가 장기화했다고 분석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자만(自慢)이 불러일으킨 불황이었다고 지적하는 학자도 많다.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자합의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직접 관계가 없다”고 단언하고 “일본 스스로 과거의 성공에 과도하게 만족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결국 통화정책보다 실물의 경쟁력 강화가 경제체질을 강하게 이끌고 불황을 이기게 하는 궁극적 요소라는 것이다. 이것이 플라자합의 30년의 교훈이다.
지금 한국이 일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개혁도 구조조정도 미온적이고 지연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과잉기대만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벌써 몇 년째 밟아가고 있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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