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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천황과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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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황과 군대(天皇と軍隊)’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일본인 영화감독 와타나베 겐이치(渡邊健一)가 만들었다. 주로 자료 영상을 통해 일왕과 군부를 중심으로 벌어진 2차대전 전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철저히 중립적 자세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지만 일본이 안고 있는 모순을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종전 2년 뒤인 1947년 히로시마에서 2만명의 관중 앞에서 연설하면서 손을 흔드는 장면 등은 지극히 인상적이다. 최고통수권자가 당연히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일본 내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담겨 있다.

‘일본에서 가장 길었던 날(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이란 영화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2차대전이 끝나기 하루 전인 8월14일부터 24시간 동안 일본 내각과 군부, 일왕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숨가쁜 일들을 영화화한 것이다. 군부와 내각, 군부와 일왕과의 알력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영화들은 일본인의 최근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다. 헌법을 둘러싼 논쟁이 70년째 계속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아베 총리가 목표로 삼는 孤?결국은 헌법 개정이다. 헌법 개정은 물론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9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이 정상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군대를 두고 자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게 아베의 논리다.

헌법 1조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온다.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인 동시에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그 지위는 주권을 가지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돼 있다. 신적 존재였던 일왕을 2차대전 후 상징적 존재로 바꾼 것이다. 그후 일왕 체제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 15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례적이다. 그가 부친이 일으킨 모든 전쟁을 일본의 잘못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왕의 이 발언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을 우려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수면 아래에서 아베 내각과 일왕의 암투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일본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본이 현대 정상 국가로 가는 게 이렇게 힘든 모양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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