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112>
상속을 현명하게 잘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상속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자신이 죽는다고 가정하고 누가 무엇을 얼마나 물려받을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데 죽은 후를 생각해서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데 부부를 위한 노후자금도 충분히 챙겨 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상속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가만히 있기도 불안한 것이 사실.
이렇게 상속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60대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는 바로 세금이었다.
일례로 50대에 이미 상속 계획을 세운 김모씨(73)는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재산을 증여했다. 현재는 자산 규모를 최대한 줄여 사후에 자녀들에게 돌아갈 상속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재산을 물려받고 싶어도 자식이 상속세를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상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녀에게 재산을 전부 물려주는 것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상속이 자녀의 인생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남은 재산으로 배우자와 여생을 실컷 즐기고 싶은 마음, 부모 자식 간의 정이 예전 같지 않은 데서 느끼는 서운함 등 자녀 상속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들 중에는 상속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배우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부부가 함께 의논하는 것을 단념한 경우도 있었다. 성공적인 상속을 위해서는 배우자, 자녀들과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상속재산과 관련한 법정 다툼이 2011년 연간 154건에서 2014년 266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2011년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상속으로 인한 갈등은 비단 재벌가나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속문제는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상속을 무작정 먼 일로 생각하고 미뤄서는 안 된다. 심신이 건강할 때 전문가와 상의해 계획을 세우고 분쟁의 씨앗을 미리 걷어내는 것이 현명하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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