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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나에게 칼의 기억은, 깡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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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영화 '협녀-칼의 기억' 주인공 김고은

무술·검술·와이어 액션 8개월 강훈련
매일 타박상·상처…아프단 말 못했죠
다음은 멜로드라마, 또 깡으로 할래요



[ 유재혁 기자 ]
배우 김고은(24·사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영화 ‘은교’로 충무로에 혜성 같이 나타나 각종 신인 여우상을 휩쓸었다. 이후 스릴러 ‘몬스터’와 ‘차이나타운’ 등을 통해 20대 여배우로는 드물게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주연한 무협사극 ‘협녀: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 오는 13일 개봉한다. 고려시대 말에 일어난 민란을 배경으로 배신자 유백(이병헌)에게 월소(전도연)와 함께 복수의 칼을 겨누는 홍이 역으로 나선다. 영화는 사사로운 정을 끊고 대의를 향해 목숨을 던지는 협객들의 이야기를 판타지 액션으로 펼쳐놓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창립 이래 가장 많은 120억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촬영 때 몸에 걸쳤던 와이어를 지우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덧입힌 완성작을 2년 만에 보니까 신기해요. (제가)액션을 못하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감독이)시키는 것을 즉각 소화하니까 나중에는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었어요. 군대에서 이병 때 일을 열심히 하면 피곤해진다는 원리라고 하더군요, 호호.”

이 영화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촬영해 지난해 여름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이병헌이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올여름에 선보이게 됐다. 고난도 무협 액션 장면이 많아 원래 대역의 비중이 컸지만, 김고은이 대부분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액션 장면의 95%를 직접 소화했다. 그는 촬영 전 8개월간 무술과 검술, 와이어 타기 등을 익혔다.

“촬영하면서 한순간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매일 반신욕을 해도 아파서 잠을 못 잤습니다. 근육통, 타박상에다 발이 접질리고, 골반이 다쳐서 온갖 통증이 왔으니까요. 하지만 제 입으로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웠어요.”

그가 잘못 휘두른 칼에 맞은 전도연은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서로 참고 숨기면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큰 연기를 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차라리 액션만 했더라면 한계를 느끼지 않았을 텐데, 액션 연기로 진을 뺀 뒤 감정 신을 찍던 날, 저 스스로를 가장 괴롭혀야 했어요.”

홍이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협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고 보고, 그들의 사고를 받아들이려 노력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촬영 대기 중에 목도리 뜨개질을 했어요.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할 수 있거든요. 한땀 한땀 정신을 모으고, 잘못하면 풀었다가 다시 뜨는 거죠. 그런데 뜨개질을 지나치게 한 탓인지, 목도리가 너무 무겁고 길어졌어요.”

그는 정신을 집중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퍼즐을 맞춘다고 했다. 때로는 게임에 푹 빠지기도 한다. 촬영장에서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1차 편집본을 보니까 제 의도와 다르게 나와 속상했어요. 그때 전도연 선배가 지금은 부족한 장면처럼 보여도 전체를 보면 그게 적합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더군요. 그 말을 촬영장에서 늘 기억했어요.”

이병헌의 ‘원포인트 팁’도 성공적이었다. 김고은이 분노에 떨면서 “그렇다”고 말하는 장면이 혼자 아무리 연습해봐도 어색했을 때였다.

“이병헌 선배가 소리를 빼고 호흡으로 가져가보라고 하더군요. 대박이었죠. 무술 동작이 어색했을 때도 차렷 자세처럼 서지 말고, 다리를 약간 벌려보라고 충고하더군요.”

그동안 대부분 작품에서 그는 순수하면서도 ‘깡’이 있는 여자로 등장했다. 실제 성격은 어떨까.

“집안에선 굉장한 효녀예요. 저 같은 딸 없을 거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간 줄었지만, 살갑고 애교가 무지 많은 편이거든요. 귀여운 애교가 아니라 날뛰는 애교예요, 하하.”

그는 2년 전만 해도 결혼을 빨리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난 뒤에 생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결혼보다는 제 또래의 멜로를 하고 싶어 차기작으로 TV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을 선택했다. ‘골든 타임’ ‘트리플’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이윤정 PD가 연출한다. “이윤정 감독님을 좋아해서 전작을 다 챙겨봤어요. 액션 연기만 하다가 막상 로맨스를 하려니까 오글거려서 못하겠어요. 하지만 악으로, 깡으로 해야죠.”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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