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서머랠리'는 커녕 코스피지수가 더위를 제대로 먹은 듯 하다.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와 달러화 강세가 겹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자 허약 체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선보단 차악을 찾을 때"라며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재한 현 상황에선 실적 발표를 끝내 위험이 덜 한 대형주 중심의 투자가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7일 오후 2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0.17% 떨어진 2009.88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오전 장중 한때 0.60% 밀린 2001.13까지 주저앉으며 지난달 9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2000선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집중 매도세를 펼치며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내 증시는 체질적으로 허약한 상태"라며 "뚜렷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위험이 덜 한 대형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가 2000포인트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테지만 만약 1900선대로 내려간다면 큰 폭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폭의 지수 하락이라도 체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증시의 부진이 일정 기간 진행된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련된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모멘텀 지원을 낙관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경기여건 악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정책 당국의 대응 여부가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장주의 부진을 실적주가 얼만큼 보완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선 이익 안정성이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대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 팀장은 "이익 변동성이 낮으면서 향후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진다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SK C&C, LG, CJ 등 지주회사들의 경우 이익의 변동성이 낮고 단기 성장도 예상되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높은 변동성 회피 수단으로 당분간 대형주 선호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최근의 환율 움직임이 대형주 회복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화학, 정유업종은 '깜짝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락으로 인해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저유가에 따른 마진 개선을 감안하면 매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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