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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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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혁신경쟁 뒤처진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상장한 CME처럼
소유구조·경영문화 개편해야"

김동순 < 중앙대 교수·경영학 >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거래소들은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면서 사업다각화, 글로벌화, 인프라 개선 등을 핵심 전략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국제 자본시장이 국경을 초월한 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자본시장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우리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역내 경쟁국 거래소에도 밀릴 수밖에 없다.

2000년까지 유렉스(Eurex) 등 유럽 거래소들에 뒤처져 있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CME는 거래소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체질 개선에 돌입, 2001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다음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첫 거래일 42.90달러에서 시작한 주가는 2012년 액면분할(5 대 1)을 거쳐 올 6월 말 현재 93.06달러를 상회할 만큼 상승해 상장 이후 10배 이상 주가가 올랐다.

CME가 상장 이후 거둔 성駭?2007년 CME에 인수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1848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선물거래소 CBOT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CME에 인수됐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개혁 작업에 돌입했던 CME와 달리 통합거래소 및 글로벌 거래소의 등장, 전자거래 방식 도입 등 거래소 산업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기 때문이다. 홍콩, 싱가포르의 거래소는 일찍이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홍콩거래소는 ‘후강퉁’을 통해 중국 시장과의 통합 작업에 착수하면서 이제는 ‘선강퉁’을 준비하고 있고, 런던금속거래소를 인수했다. 일본거래소도 거래소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 IPO를 통해 경쟁 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갖추고 싱가포르거래소 지분도 인수하는 등 역내 거래소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 비춰볼 때 우리 거래소 개혁은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경쟁을 위한 준비는 미룬 채 공공기관 여부를 놓고 수년간 논쟁을 벌여왔다. 거래소 발전이 정체되는 동안 국내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1년 게임업체 넥슨이 일본 시장에 상장했고, 삼성그룹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나스닥에 조기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신흥 중국 기업은 우리 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홍콩과 중국의 통합이 진전되면 우량 중국 기업의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자본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청사진은 마련됐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우선 연내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입법적 지원이 시급하다.

거래소의 IPO도 지주회사 전환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거래소는 주식회사면서도 사실상 회원이 곧 주주인 소유구조를 갖고 있어 상장사 및 투자자보호를 위한 시장 혁신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성을 위해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기능 분담이나 지배구조를 잘 설계해야 할 것이다. IPO를 통해 소유구조를 투자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수익성 위주의 책임경영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도 있다.

성과와 주가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장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자본시장은 CME와 같이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진일보할 것인지, 아니면 CBOT처럼 그러지 못하고 퇴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김동순 < 중앙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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