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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밸류·신영운용 '주춤'…현대인베스트·메리츠운용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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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펀드 전쟁 최후의 승자는 (1) 세대교체 바람 부는 자산운용시장

가치株→성장株, 대형株→중소형株로 투자자금 이동
자산운용사도 '전통 강호' 퇴조…중소운용사 급부상
"이젠 브랜드 대신 진짜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



[ 송형석 기자 ]
한국 펀드시장을 이끄는 자산운용사들의 부침이 엇갈리고 있다.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며 펀드시장을 주름잡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에 알짜 성장주에 집중 투자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그 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물론 아직은 ‘중간 결산’에 불과하다. 올 하반기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상품이 펼쳐질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운용사가 2015년 ‘최후의 승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쇠락해가는 가치주 투자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일반투자자에게 생소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다. 이 회사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7월22일 기준)은 56.76%에 달한다.

주당 가격 2만5000원 이하 저가주를 70%가량 담은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 펀드가 중소형주장세에 약진을 거듭하면서다.

2위는 몇 년 전까지 업계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하던 메리츠자산운용(연 45.62%)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말 미국 라자드자산운용의 간판이던 존 리 펀드매니저를 대표로 영입한 뒤 단숨에 수익률 최상위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매매회전율을 대폭 낮추고,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형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으면서 수익률이 껑충 뛰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산에 비해 주가가 싼 종목을 선호하는 가치투자자의 잣대로 보면 메리츠자산운용처럼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바이오주에 투자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장세에선 달라진 시장환경에 맞춰 유연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깐깐해지는 운용사 선정 기준

87개 한국 자산운용사의 올 1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난 764조원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자금이 펀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졌음에도 모든 운용사의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순손실을 낸 곳만 전체 운용사의 3분의 1인 26곳에 이른다. 펀드시장 활성화에 따른 ‘과실’이 일부 업체에 집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업계의 생존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운용사에 대한 연기금의 평가가 훨씬 까다로워졌다.

수익률이 일정 기간 기대치를 밑돌면 예외 없이 자금을 회수한다. 인구 고령화로 공적연금이 떡藪?고갈될 우려가 커질수록 운용사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수익률이 나지 않으면 계열 운용사 펀드도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 계열사의 단기 이익에 연연해 하다가는 자산관리업체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운용인력들도 ‘이동 러시’

성과가 좋은 펀드매니저들의 이동이 부쩍 잦아진 것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운용업계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NH농협금융의 집중 지원을 받는 NH-CA자산운용은 올 들어 매니저 10여명을 포함해 3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전체 매니저의 3분의 1 이상이 올해 새로 영입한 인물들이다. K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송성엽 전무가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등 중량급 인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자체적인 해외 네트워크를 갖출 만큼 덩치가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형사 중에서는 뚜렷한 투자철학을 지닌 특화 운용사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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