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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줄여서는 안 될 국가 R&D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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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투자액은 中·日의 30%
투자 고삐 늦추면 미래 담보 못해
예산 증가율과 비슷하게 상향해야

박성현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정부는 지난 10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열고 국방, 인문·사회 분야를 제외한 내년 19개 부처 373개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2.3% 줄어든 12조63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 R&D 예산이 축소되는 것은 1991년 이후 25년 만이다. 이런 결정은 과학기술인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과학기술 기반의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으면서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창조경제를 단념한 것인가, 아니면 창조경제를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이 미흡하므로 그 육성 방침을 포기한다는 것인가. 정부 R&D 예산 감축은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한 연구에도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전체 예산이 4.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R&D 예산이 2.3% 감소하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방향이다. 과거의 R&D 예산을 보면 2000년대 들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는 연평균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見紫?정부에서도 그 증가율이 9.6%에 달했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2014년 3.4%, 2015년 6.4%로 평균 5% 정도이고, 내년에는 이를 2.3% 줄이겠다는 것이다.

감축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는 “내수 경기침체에 따른 세입 감소, 보건·복지·고용·교육 분야의 재정지원 수요 확대 등으로 재정 여건이 R&D 투자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한다. 재정부처의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근간은 과학기술 진흥이라고 볼 때 정부 R&D 예산을 줄이는 것은 창조경제를 핵심가치로 하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국정목표로 두고 있는 정부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R&D와 관련해 예산 규모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낭비요인 제거, 기술사업화 확대 등을 통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민간 부문 투자를 포함한 국가 R&D 투자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15%(2013년 기준)로 세계 1위이므로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도모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R&D 투자액은 미국의 9분의 1, 일본과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아직은 미래를 위한 투자 고삐를 늦춰서는 안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기업의 R&D 세제 지원도 축소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R&D 투자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올해 국가 R&D 투자는 GDP 대비 4%를 밑돌 것이다. 2017년까지 이를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도 늘리고 기업의 R&D 세제 지원도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 예산 감축의 원인으로 지적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R&D 뭘遠?줄이면 질적으로 성장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예산 감축은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저하를 초래해 질적 성장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

질적 성장은 효율적인 R&D 혁신방안으로 도모해야 하며, 예산 감축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최근에 과학기술분야의 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이 많은데, 이것은 장기적 회임기간을 갖는 과학기술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과학기술계가 40년 넘게 연구개발해 온 결과다. 과학기술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 해결에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미래를 담보하는 필수 조건이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정부 R&D 투자 규모는 앞으로의 기재부 예산 확정 단계나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R&D의 국가재정순위를 높여 R&D 투자를 최소한 정부 예산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기재부와 국회가 국가의 미래 발전을 내다보는 안목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박성현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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