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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12) 공매도 또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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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12)


무엇을 배우든지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고비가 온다. 그것이 고비인 것은 종래의 사고로는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중학교 수학에서 가장 새로웠던 부분은 음수의 도입이었다. ‘5-3=2’가 5에다 -3을 더하면 2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를 ‘nobody came’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오긴 왔는데 ‘nobody’가 왔다는 것이고, 이것이 곧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나중에는 음수나 nobody를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게 됐다.

투자에도 공매도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투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로 이익을 얻으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즉 매수가 먼저고 매도가 나중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에 매수가 꼭 먼저여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렇다면 먼저 비싸게 매도해 놓고 나중에 싸게 매수해도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어떻게 먼저 팔 수 있나?

흥미롭게도, 이 문제는 거래자 사이에 신뢰만 있만?해결된다. 가령 투자자 A(B)는 삼성전자 현재 주가 120만원이 과소평가(과대평가)돼서 추후 상승(하락)할 것으로 믿는다고 하자. A, B 누구도 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A는 사고 싶고 B는 팔고 싶다. 이때 오늘 A가 B에게 120만원을 송금하고, 1년 후에는 그때 주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B가 A에게 송금하기로 약속한다. 또 1년 중 어느 시점에 삼성전자가 주당 배당금 1만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한다면, 같은 시점에 B가 A에게 1만원을 송금한다. A, B가 향후 1년간 이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면 A는 오늘 주식을 사고 1년 후 팔고, B는 오늘 주식을 팔고 1년 후 사는 것과 100% 같은 효과가 있다. 이때 B가 오늘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먼저 팔고 120만원을 받는 것을 공매도라 한다.

공매도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자동차보험회사는 1년분 보험료를 계약자로부터 먼저 받고 향후 1년 동안 그의 사고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이때 보험회사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행태는 공매도의 그것과 비슷하다. 오늘 미리 받는 현금은 확정된 반면 앞으로 낼 현금은 불확실하다. 오늘 모든 혜택을 미리 받고 향후 그와 관련된 부채를 갚는 식이다. 또 이 개념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매도를 먼저 하는 쇼트포지션 개념과 내용이 같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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