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연내 한두 곳을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인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점포 없이 온라인에서만 영업하는 인터넷은행이지만, 정부의 신규 은행 허가는 23년 만의 일이다. 일각에선 IT와 금융이 융합한 ‘핀테크’ 흐름을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이 국내에 등장할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위는 우선 금융사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을 허용하고, 산업자본 주도는 다음 단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과연 기대만큼 새로운 바람이 불지 의문스럽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금지한 이른바 은산분리 원칙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출발을 금융사 주도로 하면 말이 인터넷전문은행이지, 자회사 하나 만드는 정도에 불과해 기존 인터넷뱅킹의 외연적 확장 정도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은행의 수익모델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핀테크 발전 측면에서 정작 기대했던 IT 등 비금융주력자 주도 인터넷은행은 내년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것도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등 은행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에서다. 여기에다 금융위는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인터넷은행 인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영국 테스코은행과 같은 이 뗬?뵉?등은 나올 수 없고, SK텔레콤 등 통신사 이름을 내건 은행 설립 역시 불가능하다. 이렇게 단계별 진입·참여 제한 등의 이런저런 규제를 두다 보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혁신은 창의적 발상을 하는 경쟁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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