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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212위의 반란' 링메르트, 생애 첫 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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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접전 끝에 로즈 꺾고
메모리얼토너먼트 역전 우승

'최악 스코어' 우즈, 결국 꼴찌
동반자 없이 나홀로 플레이도



[ 이관우 기자 ]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변화무쌍한 골프 경기를 가장 잘 압축하는 단어가 ‘무한한 가능성’이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무명 선수가 스타를 꺾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흔한 일에 속할 정도다. 이글이나 홀인원이 튀어나와 우승자가 뒤바뀌는 극적 반전도 드물지 않다. 세계랭킹 212위인 ‘무명’ 다비드 링메르트(28·스웨덴)가 그 가설을 다시 입증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 1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사진)가 꼴찌로 추락하는 극적 효과까지 더해진 미국 PGA투어 대회에서다.

◆“이긴다는 자기확신이 힘”

링메르트는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GC(파72·7352야드)에서 열린 메모리얼토너먼트(총상금 620만달러)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기록해 최종합계 15언더캠?우승컵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6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연장 3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쳐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상금 111만6600달러(약 12억4260만원)도 그의 몫이 됐다.

링메르트는 2013년 PGA에 데뷔한 투어 3년차다.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루키로 출전한 2013년 1월 휴매나챌린지에서 42세의 노장 골퍼 브라이언 게이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연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는 우즈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2위에 올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휴매나챌린지에서는 장타자로 변신한 ‘짤순이 골퍼’ 게이의 인생 역전 스토리에 묻혔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이후에는 12년 만에 대회를 다시 제패한 당시 세계랭킹 1위 우즈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무명의 설움을 훌훌 털어냈다. 드라이버 비거리 세계랭킹 89위, 퍼팅 실력 113위 등 기술력은 ‘그저 그런’ 수준.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자신감이 그를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마치 명상 수련을 막 끝낸 선승(禪僧)처럼 “누구나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내가 이길 차례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주문을 스스로 걸었다는 것이다. 자기확신은 현실이 됐다. 그는 우승 후 “좋은 날, 초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기뻐했다. 이날은 링메르트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우즈, 부활은 언제쯤

우즈는 샛별이 연출한 ‘링메르트 축제’의 조연으로 전락했다. 최종합계 14오버파로 투어 생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본선 진출 71명 71등 꼴찌. 그가 2년 전 제압한 우승 제물 링메르트에 29타 뒤진 기록이다. 미국의 한 골프전문 매체는 “차라리 커트 통과를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우즈는 1언더파를 쳐 본선에 턱걸이로 진출했지만 본선 첫 라운드인 3라운드에서 주말골퍼 수준인 85타를 쳤다. 꼴찌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그는 동반자 없이 홀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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