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항공주(株)들이 1분기 같은 저유가 상황 속에서도 엇갈린 성적을 내놨다.
저유가 수혜로 실적 기대를 높이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가파른 수요 성장세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 대한항공1분기 영업익, 추정치 최대 700억 밑돌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7.4%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자체는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 223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 수준이었다.
당초 대한항공 실적 눈높이가 높았던 증권사들 중에는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500억~2600억 수준까지 제시한 곳도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과 시장 전망치가 최대 700억원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실적을 통해 유류 헤지라는 변수를 확인했었다. 헤지는 가격변동이나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리 일정기간동안 정해진 금액으로 거래키로 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일 항공주 가운데 처음으로 1분기 성적을 내놓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한 7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18%를 밑돌면서 높았던 실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적 발목은 예상치 못했던 유류 헤지가 잡았다. 배럴당 70달러대 중후반 수준으로 추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유류 투입 단가는 유류 헤지 탓에 81.6달러로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헤지 손실만 아니었어도…아쉬운 1분기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에서 유류 헤지 손실분은 아시아나항공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유류 투입 단가가 아시아나항공 수준만 됐었도 더 잘 나올 수 있었던 실적"이라며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유류 헤지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1분기 평균 유류 투입 단가가 78달러란 점을 감안하면 유류비는 6000억대 후반이 나와야 정상이지만, 실제 유류비가 7887억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실질적인 헤지 비용을 포함한 1분기 유류 투입단가가 90달러를 넘긴 것이다.
항공유 제고 영향도 저유가 수혜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신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인천 율도에 있는 탱커에 항공유를 미리 비축하고 있다"며 "제고 영향 탓에 다른 항공사보다 저유가 투입 효과가 늦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 1분기에만 작년 연간 영업익 76% 달성
반면 LCC는 유류 헤지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진에어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8% 증가한 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68억원)의 76%를 올 1분기에만 달성한 셈이다.
진에어는 한진칼의 자회사로 대한항공과 같은 유류 헤지가 적용되는 구조임에도 최근 LCC성장세와 여객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호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의 1분기 실적은 유가 하락 영향을 감안해도 고무적인 성적"이라며 "한진칼의 1분기 호실적에는 진에어의 영업이익 개선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유가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류 사용량의 일정 부분을 헤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실적에서는 유류 헤지가 항공사들의 저유가 수혜를 줄인 셈이 됐지만, 일반적으로 헤지는 유가 급등락 국면에서 실적 변동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 연구원은 "항공사마다 헤지 전략이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헤지는 실적 결과를 열어봤을 때 확인되는 변수"라며 "항공사들도 실적이 집계되기 전까지는 매 분기별 유류 헤지 손익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항공사의 유류 헤지를 정확하게 추정, 실적 전망치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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