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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핀테크, 금융업 본연의 경쟁력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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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블랙홀' 미국 핀테크산업…한국, 인터넷은행에만 관심
기존 업종 성공·막강 고객기반이 핀테크 성공 보장 못해
인터넷은행도 금융비용 절감 등 새 서비스 제공해야

"핀테크는 육성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으며,
한국 금융의 문제점을 해소하거나 완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돼야 한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



핀테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핀테크(금융+기술)가 한국 금융을 흔들고 있다. 간편결제 도입, 카카오페이 및 삼성페이 출현, 모바일카드 단독발급 허용 등으로 결제시장이 변하고 있다. 비(非)대면을 통한 실명 확인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까지 예고돼 있다. 핀테크는 새 기술이나 기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래된 금융 기능, 즉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최적 자금 배분의 일부를 담당할 뿐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핀테크 기업이라도 금융업에서 경쟁 우위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진리다. 미국의 벤처기업 정보회사인 벤처스캐너에 따르면 5월 현재 핀테크 부문은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유망 부문을 제치고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투자 흥행에 힘입어 핀테크 기업들이 1년 전에 비해 800여개 이상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뒤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규제 또는 진입장벽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잠재적 핀테크 기업이 사장(死藏)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이런 조바심이 정부를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다. 관련 금융규제를 빨리 혁신하고, 진입 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핀테크 정책이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핀테크는 육성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한국 금융의 문제점을 해소하거나 완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돼야 한다. 금융의 안정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금융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핀테크에 대한 강박증

글로벌 핀테크 기업을 유형별로 보면 결제·송금,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주식자금조달·크라우드펀딩, 개인금융·은행, 개인·기관자산관리, 기업자금관리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핀테크가 제공하는 이런 금융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핀테크 혁신이 단지 테크놀로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존 금융의 한계 또는 문제점이 핀테크를 탄생시켰다. 정확히 말하면 핀테크는 기존 금융서비스를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거나, 기존 금융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전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로 인해 결제·송금, 기업자금관리 등의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개인대출과 기업자금 조달이 P2P 대출과 크라우드펀딩 등에 힘입어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와 부유층에 한정됐던 지출관리나 자산관리 서비스가 핀테크 개인금융과 온라인 자산관리에 따라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되고 있다. 한국의 핀테크 정책은 이런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즉 금융비용(금리, 수수료) 절감과 중소서민·벤처금융의 활성화, 일반 대중의 노후생활 안정 등의 문제 해결에 핀테크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핀테크 정책은 마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종착점인 것처럼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2~3개 허용하고 이들이 기존 은행과 포화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핀테크의 지향점일 수는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어떤 경쟁우위를 통해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과소 공급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종착점?

이런 관점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업종에 진출하고 싶은 경제주체에도 매우 중요하다. 고객 기반이 넓고 기술력이 뛰어나도 금융업의 경쟁우위가 없다면 수익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금융시스템에 부담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소매 고객을 기반으로 은행업에 진출한 영국의 유통업체들, 통신 고객을 기반으로 카드업에 진출한 미국의 AT&T 등이 그런 사례다.

GE는 1932년 자사가 제조한 산업용 장비 구매업체에 금융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해 부동산 대출, 신용카드 등에까지 진출해 2007년과 2008년 각각 그룹 전체 이익의 55%, 매출의 6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금융부문을 성장시켰다. 이쯤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 돼버렸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실 증가와 자금조달 곤란으로 금융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조업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있는 리스업에 집중하고 기타 금융사업은 2년 이내에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이런 결정에 환호했다.

영국의 유통업체인 해러즈백화점(1893), 막스앤스펜서(1983), 세인스버리(1997), 테스코(1997) 등은 각각 독자 또는 기존 은행과 합작해 은행업에 진출했다. 기존 고객망을 기반으로 소매금융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2008년 막스앤스펜서는 HSBC에 금융사업을 매각했고, 세인스버리는 접었다. 테스코만 유일하게 합작파트너인 RBS 지분을 매입해 독자 사업으로 전환했다.

테스코의 성공 비결은 ‘테스코 클럽카드’를 통해 파악된 고객 정보와 적립된 포인트를 금융상품 판매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데 있다. 이런 사례는 일본 유통업체인 라쿠텐이 자사 인터넷 은행에 적용한 ‘슈퍼포인트’에서도 발견된다.

혁신 사업모델 찾아야

AT&T는 최대 통신업체라는 고객 기반을 활용하기 위해 1990년 카드업에 진출했다. 평생 연회비 면제와 통신요금 할인 서비스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존 카드사의 반격 및 대손율 급증으로 1997년 씨티에 카드사업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테스코와 같은 교차판매 전략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업에 고유한 리스크 관리?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례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제조업이든 유통업이든 통신업이든 기존 업종에서의 성공이나 막강한 고객 기반이 금융업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금융에 고유한 자금 조달과 운용, 리스크 관리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업종과 금융 사이의 교차판매 또는 시너지도 자동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모(母)회사 업종이나 자사 금융업 중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보조하는 식의 전략은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사업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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