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담 눈덩이…미래세대에 또 전가 우려
2060년 청년 100명이 노인 107명 연금줘야
보험료 단계적으로 올려 세대부담 분산해야
[ 고은이 기자 ]
정치권이 국민연금 지급액을 늘리기로 한 배경엔 중장년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중장년층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려주는 대신 청년층 이하 다음 세대에 추후 부담을 전가해버린 것이다. 더 이상의 세대 갈등을 막기 위해선 현세대가 혜택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야의 ‘연금 정치’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5일 “쌓여있는 연금기금 500조원가량은 우선 노인들의 소득보장을 위해 쓰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정치인 입장에선 당장의 빈곤 해결이 급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곧 연금을 받게 될 40~50대를 신경 쓰다 보니 소득대체율 인상이라는 방침을 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야당은 현재 보험료율(9%)에서 1%포인트만 첩??2060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재정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0%로 올린다고 해도 연금을 내고 있는 청년층은 2060년이 되면 받을 연금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2060년 노인(현재 청년세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연금을 포기하거나, 세금으로 지원을 받거나, 그때 젊은 층에 또다시 보험료를 부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연금 재정 부담이 현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또 손자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룰수록 ‘연금 폭탄’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기금 고갈 이후 매년 필요한 연금 지급총액을 젊은 층에 보험료로 나눠 부담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담액이 만만치 않다. 소득대체율 50%를 가정하면 2060년 한 해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234조원에 달한다. 소득대체율 40% 기준 198조원보다 40조원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액은 더 커진다. 2070년엔 285조원, 2080년엔 317조원, 2083년엔 328조원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많아지고 가입기간도 길어지면서다. 모두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이때 돈을 댈 수 있는 젊은이들은 소수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올해나 내년쯤 최고점에 이른 뒤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반대로 수급자는 꾸준히 늘어나 2063년에 정점을 찍는다. 2060년이면 이미 급속히 진행된 고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수급자 107명의 연금을 책임지는 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2060년 이후 가입자들은 적어도 25.3~28.4% 수준의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계다.
◆부담 어떻게 나눌까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현세대가 어느 정도 짐을 나눠 져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의 지급률(소득대체율)을 설정하고, 보험료율도 어느 정도까지는 올려 기금 소진 시기를 늦춰야 한다.
기금 소진 시기를 2088년까지 늦추려면 보험료율을 15.10%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계산이다. 2100년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기금을 유지하려면 18.85%까지는 인상해야 한다. 다만 소득대체율 50%가 아닌 40% 수준에서 국민 의견이 정리된다면 필요 보험료율은 12.91~15.85% 수준으로 낮아져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기 전에 국민연금 재정목표부터 먼저 정해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언제로 정할 것인지, 고갈 이후엔 어떻게 재정을 충당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재정목표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료 인상 등 급격한 제도 개혁이 이뤄지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게 된다”며 “우선 재정목표를 정한 다음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 인상폭 등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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