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과 솔직한 만남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
코딩만 알아도 평생 먹고살아…수강생 증가 맞춰 과목 늘릴 것
[ 오형주 기자 ]
“경영대 건물에서 컴퓨터공학 수업이 있는 신공학관(관악산 중턱)까지 거리가 2.5㎞가 넘는 데다 오르막길이라 오토바이를 살까 고민 중이에요.”(이재은·서울대 경영학과 4·기계공학 복수전공)
“문과 대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강의를 좀 더 가까운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이건우 서울대 공과대학장)
서울대에서 공학을 복수전공하는 문과 대학생 4명과 이건우 공과대학장, 박근수 컴퓨터공학부장이 지난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은 2011년 1학기만 해도 한 명도 없던 문과 출신 공대 복수전공생이 올해 25명으로 늘어난 것(본지 4월17일자 A1면 참조)과 관련해 복수전공을 택한 이유와 어려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공학을 복수전공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졸업 후 자동차 등 제조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며 “제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려면 엔지니어들이 어떤 기술로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올해 공대 복수전공을 택한 문과생 25명 중 22명이 컴퓨터공학부를 지망했을 정도로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코딩) 등 소프트웨어(SW)에 관심이 많았다. 조준상 씨(영어교육과 4·컴퓨터공학 복수전공)는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SW를 알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태휘 씨(경영학과 3·컴퓨터공학 복수전공)는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업체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학장은 “중국에서는 ‘SW를 배우면 팔자를 고친다’는 말이 있다”며 “나도 기계공학 교수지만 CAD(컴퓨터활용설계) 전문가로서 학생들에게 늘 ‘다른 건 잊어버려도 C++(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만 기억하면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공학 공부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조씨는 “공대 공부는 문과 공부와 양상이 달라 공부에 대한 ‘게임의 룰’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며 “문과 수업 과제는 언제 끝날지 짐작이 가는데 프로그래밍은 ‘디버그(컴퓨터 프로그램의 잘못을 찾아내 고치는 작업)’가 너무 오래 걸려 예측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박 학부장은 “디버그하다 밤을 새우는 건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숙명”이라며 “서로의 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훨씬 수월해지는 만큼 평소 학생들과 네트워크를 잘 쌓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수요에 비해 개설된 강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관련 강의를 늘려 줄 것을 건의했다. 박 학부장은 “과거에 비해 수강 희망자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주전공생도 강의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부 필수 과목 강의를 두 배로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학장은 “서울대생은 잃을 게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도전을 기피하는 이들이 많다”며 “한국이 중국 등의 추격을 극복하고 제조업 혁신을 이루려면 여기 모인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기만의 사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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