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일본 히로시마 공항 활주로를 이탈한 사고의 원인이 하강기류 때문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162편의 사고가 일어날 무렵 사고지점 일대의 시계(視界)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오후 8시께 1800m를 넘었던 활주로 부근의 시계는 사고가 난 오후 8시05분께 300∼500m로 급격히 좁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히로시마 공항은 이번 사고기처럼 활주로 동쪽으로 진입하는 경우 활주로 부근 시계가 1600m 이상이 돼야 착륙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에 따라 착륙 시도 당시 착륙을 할 수 있는 기상 상황이었는지, 조종사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가 사고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사고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면서 활주로 약 300m 전방에 있는 6m 높이의 전파 발신 시설에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에 이 시설을 통과하며 착륙한 다른 항공기는 고도 30m 이상으로 통과했다는 점에서 사고기는 비정상적으로 저공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승객은 "착륙 전 기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고도를 낮췄다"고 증언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착륙하기 약 10분 전인 14일 오후 7시55분께부터 좌우 날개가 심하게 흔들리고, 3차례가량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는 등 기체에 이상이 있었다는 승객 증언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운수안전위원회는 아시아나 여객기가 활주로 진입 때 비정상적으로 낮은 고도로 비행한 경위를 조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원회는 한국인 기장과 부기장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듣고 기체에서 비행기록장치 등을 회수했다.
일각에서는 저공에 깔린 구름 때문에 기체가 착륙 전 통상보다 고도를 더 떨어뜨렸거나 국지적 난기류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운수안전위 항공사고조사관은 15일 "하강기류가 발생해 비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기가 보통의 다른 항공기와 달리 착륙 때 활주로 동쪽으로 진입함에 따라 공항의 정밀계기착륙장치(ILS)가 대응하지 못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국토교통성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공항은 안개나 구름이 잘 끼는 것으로 유명해 '카테고리 3(CAT3)'으로 불리는 높은 정밀도의 ILS를 갖추고 있는데, 히로시마 공항의 ILS는 통상 활주로 동쪽 안테나에서 서쪽을 향해 전파를 낸다.
이에 따라 착륙 항공기는 활주로 서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고기는 풍향 등 현장 상황 때문인지 ILS를 이용할 수 없는 동쪽으로 진입했다. 동쪽으로 진입할 경우 조종사는 활주로 옆에서 3도 각도로 빛을 내는 'PAPI'라는 장치를 따라 착륙 코스를 인식해야 한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착륙을 시도할 때 갑작스럽게 활주로 일대의 가시거리가 짧아지면서 PAPI를 보기 어렵게 된 것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시아나 여객기는 활주로 밖으로 미끄러지며 거의 역방향으로 정지했으며 엔진과 날개 일부가 크게 손상됐다.
이번 사고로 2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온 가운데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은 업무상 과실상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검증을 벌이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사회는 이번 사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무 장관인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은 15일 중의원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사고 발생 후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에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NHK, TBS, TV 아사히 등 일본 주요 방송은 일제히 이 사고를 14일 밤 톱뉴스로 다뤘고,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유력 신문들도 15일 자에서 사고기 사진과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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