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협상 지렛대 활용 포석
단기국채 발행…디폴트 우려 해소
[ 박종서 기자 ] 그리스가 구제금융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나치 피해 배상금 문제를 재차 거론하며 독일을 압박하고 나섰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지난 6일 의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강제 점령에 따른 피해 배상금 규모가 2787억유로(약 330조원)라고 보고했다. 그리스가 지금까지 독일(550억유로)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2460억유로보다 많다. 독일 DPA통신은 그리스 정부가 배상금액을 구체적이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리스가 독일에 배상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나치 점령기간의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치는 1941년부터 3년여간 수십만명의 그리스인을 학살했다. 그리스중앙은행에서 4억7600만라이히스마르크(현재 가치로 약 64조원)를 강제로 빌려간 뒤 갚지 않았다. 사회자본시설도 대부분 파괴했다.
독일은 1953년 런던부채협상에서 마련된 조건에 따라 배상을 끝마쳤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960년 당시 서독이 그리스의 나치 범죄 희생자 유가족 등에게 5750만유로를 주면서 배상 문제는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독일이 통일된 지 25년 만에 배상금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독일을 압박해 구제금융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많다. 독일의 도덕성을 건드려 이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편 그리스 공공부채관리기구(PDMA)는 8일 6개월 만기 단기국채 11억3750만유로(약 1조3473억원)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오는 14일 상환해야 하는 14억유로 규모의 단기국채 만기 연장을 위해 실시한 입찰에 성공함에 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해소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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