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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성(古城)에서 황제처럼 하룻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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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古城)·궁전 투어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 - 황제 체험 숙박 패키지
프랑스 쉬농소 성 - 정원 속 화려한 꽃의 성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 - 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영국 에든버러 성 - 스코틀랜드의 자존심
헝가리 부다 성 - 성 곳곳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
이탈리아 마르케 두칼레 궁전 - 르네상스 전성기 도시의 성채



[ 최병일 기자 ]
유럽의 역사는 성(城)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이민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군사적 공간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옛 성들은 유명 관광지나 호텔로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의 흔적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도도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색색의 지붕으로 채색된 주변 풍광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고만고만, 그저 그런 여행에 식상해 있다면 특별한 체험을 안겨주는 유럽의 고성과 궁전으로 떠나보자. 옛 성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요리를 즐기고 갤러리 투어도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나도 황제·꽂컬낮?/strong>

오스트리아 빈 서쪽에 있는 쇤부른 궁전은 황제가 살았던 황궁이다. 건물 길이가 200m를 넘고, 특색 있는 방이 1441개나 되는 쇤부른 궁전은 신성로마제국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광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1762년 모차르트가 겨우 여섯 살 때 여황제 마리오 테레지아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쇤부른 궁전에 있는 다양한 방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본전을 뽑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천장에 프레스코화가 있는 대회랑은 물론 프란츠 요제프의 소박한 침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황후의 품격 있는 방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쇤부른의 백미는 역시 궁전 뒤쪽에 조성돼 있는 대정원이다. 30만그루가 넘는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조화를 이룬 정원과 해신 넵튠의 웅장한 조각상, 하늘 높이 솟는 분수가 한눈에 보인다. 궁전 안에는 1752년 마리아 테레지아의 남편인 프란츠 1세 황제가 설립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도 있다.

쇤부른 궁전에는 황제와 황후가 잠을 자던 바로 그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황제 체험 숙박 패키지’가 있어 이채롭다. 궁전의 4층을 개조한 왕궁호텔은 마리아 테레지아를 비롯해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스 황후 등이 거처했던 곳. 밤이 되면 달빛이 부서지는 대정원을 마치 황제가 된 기분으로 거닐 수 있다. 주로 신혼여행객들이 이용하며 24시간 리무진 서비스, 허니문 나이트와 미니바 조식을 제공하는 패키지 가격은 1박에 2700유로(약 319만원)나 된다. 인터넷(thesuite.at)이나 전화(588-00-800)로 예약하면 된다,


프랑스 쉬농소 성…화려한 여인들의 성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두시간 정도 달리다보면 1461년 앙리4세가 파리를 수도로 정하기 전까지 수도였던 투르가 나타난다. 이곳에 투르성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쉬농소 성을 만날 수 있다. 셰르 강 위에 다리처럼 세워진 쉬농소 성은 석조 아치교가 건물 하단을 지탱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다. 기다란 회랑 건물과 장방형의 본채가 남북으로 연결돼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프랑수아 1세 때 건축된 샤토 드 쉬농소의 소유권을 갖게 된 앙리 2세는 이를 애인 디안 드 푸아티에에게 선물로 주었다. 쉬농소 성의 주인이 된 디안은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고, 강 위쪽의 성에서 건너편 숲으로 곧장 갈 수 있는 다리도 만들었다. 앙리 2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부인 카트린 드 메디치가 쉬농소 성에서 디안을 쫓아내고 디안이 만든 다리를 갤러리로 꾸미는 한편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성을 재건축했다. 여러 왕비들의 손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루아르 계곡의 아름다운 쉬농소 성은 대대로 여자들이 소유했다고 한다. 여성적 감각이 곳곳에 흐른다해서 ‘여인들의 성’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쉬농소 성 앞마당은 해자를 둘러 경계를 지은 옛 중세 성의 모습 그대로다. 하늘 높이 솟은 육중한 외관에 장식 창, 굴뚝 등이 상당히 화려하다. 쉬농소 성은 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5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 위에 우아한 3층 갤러리를 지어 왼편 제방과 연결돼 있다.

쉬농소 성의 백미는 웅장한 갤러리다. 장 뷜랑이 1576년 건축한 이 갤러리는 흑백 바둑판 무늬 바닥에 들보가 밖으로 노출돼 있다. 갤러리에는 16~18세기 루벤스 등 거장들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16세기 피렌체의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어 주로 벽걸이로 쓰이는 ‘타피스리(태피스트리)’도 있다.

갤러리 아래 정원은 온갖 꽃들이 만발해 특히 여름철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베르사이유 궁전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기 때문에 11개 언어로 오디오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성안의 레스토랑은 3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특히 생선요리를 잘한다. 쉬농소 성에서는 와인 투어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숙박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투르 지역이 고성 밀집지역이어서 작은 성을 개조해서 숙박할 수 있는 고성호텔이 많아 쉬농소 성에서 숙박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 블레드 성…중세 풍경 그대로

동유럽 발칸반도에 숨은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 여행의 시작은 수도 류블랴나다. 발음하기가 약간 까다로운 이 도시는 걸어 다녀도 하루, 아니 한나절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류블랴나 성이다. 11세기에 지었다가 지진으로 파괴된 후 15세기 합스부르크 왕국 시절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재건돼 오늘날까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그동안 요새와 감옥, 병원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다 지금은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류블랴나 사람들이 결혼식장으로 가장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류블랴나 성은 류블랴나 옛 시가지 중심에 있는 산꼭대기에 있다. 이곳에 오르면 류블랴나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류블랴나를 가로지는 아름다운 류블라니카, 빼곡하게 들어선 붉은 지붕,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서로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류블랴나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20분 정도면 블레드 호수로 갈 수 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들어 만들어진 곳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그 안에 떠 있는 블레드 섬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유일의 섬인 블레드 섬은 배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다.

호수 한쪽에 자리한 100여m의 아찔한 수직 절벽 위에 블레드 성이 있다. 유고슬라비아 왕족의 여름 별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마법에 걸려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블레드 성은 단순히 돌아보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성과 중세를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거리가 곳곳에 스며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인 갤러리. 옛날 중세 수도사 복장을 한 와인 소믈리에가 반갑게 맞아주며 와인을 건넨다. 중세시대의 인쇄소도 재현돼 있다. 방문객을 위해 중세 문자로 이름을 새긴 기념 엽서와 수첩을 만들어준다. 성 한쪽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 데 당시 사용했던 검과 갑옷 등을 볼 수 있다.


에든버러 성, 홀?永?궁전…영국 투쟁역사 깃들어

에든버러는 영국이지만 영국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에든버러 올드타운 서쪽의 바위산에 자리 잡고 있는 에든버러 성은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곳이다.

오늘날 성의 대부분은 군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많은 전시품 가운데에는 제임스 2세의 손자 찰스 에드워드가 일으킨 1746년의 그 유명한 컬로든 모어 전투에서 이용된 군기 조각도 있다. 이것들은 스코틀랜드인이 국가의 자랑스러운 유물처럼 소중히 다루는 물건이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전통의 왕관, 칼, 지휘봉 등도 전시돼 있다.

에든버러 로열마일 끝에 자리한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은 영국 왕실이 에든버러를 방문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궁전이기도 하다. 홀리루드 궁전은 1128년 성아우구스티누스회의 성당으로 지어진 것을 1498년 제임스 4세가 궁전으로 다시 지은 것이다. 이후 두 차례 화재를 당했으나 1671년 찰스 2세 때의 궁정 건축가였던 윌리엄 브루스 경이 재건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호화로운 궁전은 과거 부유했던 스코틀랜드의 영광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왕의 식당에서는 16~17세기 인도 중국 일본 등에서 가져 온 찻잔과 수저 장식물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 궁전에는 특별한 체험거리가 없다. 성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에든버러 성 앞에 자리한 위스키 박물관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투어의 백미는 역시 시음 코너다. 100여가지 스카치 위스키가 진열돼 있어 시음만 해도 기분좋게 취할 수 있을 정도다. 마음에 드는 위스키는 구입할 수도 있다.


헝가리 부다 성과 ‘어부의 요새’…동양적 느낌 주는 풍광

부다페스트는 원래 하나의 도시가 아니었다. 다뉴브(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발전하던 부다와 페스트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도시다. 인구는 약 200만명으로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다. 부다는 귀족과 부호의 영역, 페스트는 상인의 활동 무대였다. 이 때문인지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은 각기 서로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왕이 살았던 부다 지역은 어딘가 중후한 분위기를 풍긴다. 왕궁과 성당 등 역사적 건축물이 즐비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부다 지역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야트막한 부다 언덕에 다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부다 성과 ‘어부의 요새’ 등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부다 성은 13세기에 지어졌다. 전성기 때 빈과 함께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동 수도였던 부다페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만신창이가 된다. 전후 50년 동안 지속된 공산주의 통치 역시 건물 대부분을 파괴해 버린다. 현재의 부다 성 안에 있는 부다 왕궁은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성은 역사박물관과 국립박물관, 국립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왕궁 가까이 다뉴브 강변에 자리한 ‘어부의 요새’는 헝가리를 건국한 7개 부족을 상징하는 7개의 뾰족한 지붕을 가진 흰색 건물들이 회랑을 이루며 길게 늘어선 곳이다. 네오 로마네스크식 건물인데, 다뉴브 강 연안에 있는 요새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다뉴브 강으로 침투하는 적을 어부들이 이곳에서 파수를 맡아 방어했다고 해서 ‘어부의 요새’라 불렸다고 한다. 반원형 아치와 고깔 모양의 탑들이 동양적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요새 1층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데 바이올린, 첼로 등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클래식 연주와 함께 정통 헝가리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요새 위층에서 내려다 보는 다뉴브 강과 건너편에 성처럼 솟아있는 국회의사당 등의 풍경이 멋지다.

이탈리아 마르케 두칼레 궁전…르네상스 초기 걸작 건축물

마르케는 이탈리아 중북부 동해안에 자리한 주다. 짙은 감청빛 아드리아해와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길고 긴 여름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르케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우르비노다. 이탈리아를 관통하는 아펜니니 산맥의 중부에 있는 우르비노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연스럽게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지금의 도시 역시 높은 성채 속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우르비노가 유명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때문이다. 시내에는 14세기에 지은 라파엘로의 생가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를 이룩한 도시였다. 그 전성기를 이끈 주인공은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다. 이탈리아 최고의 용병으로 활약했던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 돈으로 아름다운 두칼레 궁전을 지었다. 칼레는 달마티아의 건축가인 루치아노 라우라나가 짓기 시작해 시에나 태생의 건축가 프란체스코 디 조르지오 마르티니가 완성했다.

비례와 균형의 미학이 탁월한 두칼레 궁전은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르비노 태생의 라파엘로, ‘회화의 군주’라 불리우는 티치아노, 몬테펠트로 부부의 초상화를 그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원근법에 심취했던 파올로 우첼로 등의 눈부신 ‘르네상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최갑수 여행작가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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