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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 '성장 없는 고용' 한계…고용시장도 '일본 잃어버린 20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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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총 100만명…성장도, 고용도 없는 경제로

한국 노동생산성 증가율 3.3%서 1.1%로 급락
일본도 저성장 장기화에 결국 마이너스 고용
"성장 잠재력 끌어올리는 것만이 해결책"



[ 김유미 기자 ] 국내 아르바이트(알바) 인력이 10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은 고용시장의 질적 구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 2%든, 3%든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성장과 고용이 따로 가는 양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한국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성장 없는 고용’을 거쳐 ‘성장도 고용도 안 되는 경제’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50대가 주도하는 ‘고용 호황’

지난해 취업자 증가 인원은 53만3000여명.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65.3%로 0.9%포인트 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목표로 삼은 고용률 70%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처럼 숫자로 본 고용 상황은 나쁘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얼어붙었지만 고용만은 ‘나홀로 호황’이었다. 위기 이전 4.5%였던 성장률이 위기 이후 3.8%로 꺾였지만 취업자 수 증가폭은 25만3000명에서 41만9000명으로 65.6% 급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용은 생산활동에서 나오므로 경기와 비슷하게 가거나 후행한다”며 “최근처럼 경기와 괴리된 고용흐름은 과거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시장의 왜곡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용 통계에 숨겨진 위험 신호에 주목한다. 예컨대 작년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끈 것은 50대(23만9000명)와 60대(20만명)였다. 반면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줄고 있다. 지난해 20대 취업자는 5만6000명 느는 데 그쳤고 30대는 되레 2만1000명 줄었다. 30대 취업자의 감소세는 8년째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경기-고용 간 관계변화의 구조적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12년 40세 이하 고용 비중은 61%에서 45%로 축소된 반면 40세 이상 고용 비중은 39%에서 55%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베이비부머들이 총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며 “이들은 노후 소득이 불안정해 주로 생계를 위한 취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가 나이를 먹으면서 고용시장의 터줏대감이 됐다. 노후 대비가 부족한 이들은 은퇴 연령이 가까워져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 은퇴한 뒤에는 요식업 같은 자영업에 뛰어든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침체 후 고용 둔화

2000년대 초반엔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였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고 수출 위주의 성장이 지속되면서다. 금융위기 이후 7년간은 그 반대인 ‘성장 없는 고용’의 시대였다.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저성장기 일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선 거품 붕괴 후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1990년대 초까지 고용이 늘었다.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 분야에서 취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저성장이 장기화하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제의 고용 흡수력이 하락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고용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요 위축의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성장과 고용이 함께 뒷걸음질친 것”이라며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3.2%에서 1990년대 0.9%로 떨어진 뒤 2000년대엔 0%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성장 없는 고용’ 오래 못 간다

성장 없는 고용은 오래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후폭풍이 성장과 고용의 동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도 이미 자영업자 급증세가 멈췄다”며 “과도한 경쟁, 경영 부실로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용흡수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낮은 생산성도 문제다. 고용 증가에 비해 성장률이 낮으면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해도 예전보다 뮌?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12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위기 이전(2000~2007년) 3.3%에서 이후(2011~2013년) 1.1%로 급락했다. 더 많은 국민이 저소득 저생산성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제에선 고부가가치 성장이 어렵다. 자칫 한국 경제 전체가 저소득으로 평준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 등 자본투입이 아니라 노동투입에 기댄 후진국형 경제로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기가 오면 알바 인력은 100만명을 넘어 200만명, 300만명에 이를지도 모른다.

■ 73만8000명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층(15~29세)인 이른바 ‘워킹던트’ 숫자(지난해 기준, 현대경제연구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정부의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근무와 학교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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