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디트로이트/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 강현우 기자 ] “한국GM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디자인이나 연구개발(R&D) 경쟁력 모두 최고 수준이다.”
댄 아만 제너럴모터스(GM) 사장이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2015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한 기자들과 가진 만찬자리에서였다. 그는 “한국의 부품업체들은 매년 GM이 60~70개씩 선정하는 최고 협력업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GM의 2인자인 아만 사장이 한국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만 사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한국GM이 중요한 거점이라는 것, 지난해 생산 물량이 15만대가량 줄어든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인건비와 노조 문제 등도 지적했고, 한경을 포함한 주요 언론은 ‘강성 노조’에 대한 GM 최고위층의 인식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그가 노조 얘기를 꺼낸 의도는 ‘강성 노조 때문에 한국 물량을 줄인다’는 해명보다는 한국의 경쟁력을 더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무게가 실린 듯했다. 동석한 슈테판 야코비 GM인터내셔널 사장이 “노조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숙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강성 노조가 한국GM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체 자동차산업에 해당된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GM 임원들의 발언 외에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을 여럿 볼 수 있었다. GM이 처음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볼트(bolt)의 디자인은 한국GM 팀이 주도했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중소형 픽업트럭 콘셉트카인 싼타크루즈도 반응이 뜨거웠다. 조엘 페더 모터어소리티 기자는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차에 반영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비록 국내에선 수입차에 시장을 빼앗기는 등 자존심을 구기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은 밖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경쟁력이 강성 노조 활동 탓에 위축돼선 안된다. 노사가 상생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할 때다.
강현우 디트로이트/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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